지난 7월 29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려 북한산과 수락산에서 낙뢰로 인한 감전 사고로 등산객 5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기상청은 이날 하룻동안 14만번의 벼락이 발생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다음날 2007년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장마 시작 40일째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 방송 직후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년째 경험하는 ‘제2의 장마’였다. 이후 한 달도 넘게 지속된 비와 흐린 날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의 농업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야 말았다.

천혜의 땅 김포?
아랫녘의 복숭아 농가들이 흐린 날이 계속되면서 착색이 불량하게 되고 당도마저 떨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칠 때만 해도 김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들 했었다. 김포는 지리적 특성상 천혜의 땅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13일 발생한 11호 태풍 ‘나리’가 한반도를 향하여 북상중인 가운데 열린 포도축제(9월15일)에 참여한 농가들은 대부분 덜 익은 포도때문에 맘고생을 해야만 했다.

계속된 흐린 날씨로 인해 제대로 광합성을 하지 못한 포도들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까맣게 익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된 비로 인해 노지포도는 물론 비가림 하우스 안에서까지 포도들이 터져나갔다. 축제에 참여한 한 농민은 ‘올해 매출은 작년에 비해 어떨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택도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김포포도는 예년에 비해 10일 정도 늦었다고 한다. 10월로 접어든 지금도 군데군데 포도작업을 하는 농민들을 볼 수가 있다. 때를 놓친 포도가 정상적인 상품일 수가 없다. 농민들 얼굴에 수확의 기쁨을 찾기가 어렵다.

물먹은 김포평야
김포쌀도 날씨로 인한 커다란 피해를 보고 있다. 조생종은 그런대로 수확을 마쳤는데 요즘 수확하는 중생종이 문제다. 대표적인 중생종은 ‘고시히까리’인데 밥맛이 좋아 추청벼와 함께 신김포농협에서 계약재배를 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이 중생종 벼들이 수정을 할 시기인 지난 8월 초~중순에 김포에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 고재동 작물담당은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제2의장마’로 인해 벼들이 수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소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참 수확해야할 요즘엔 하루걸러 비가 오고 있어서 맘 놓고 벼를 벨 수도 없는 처지다.

신김포농협 하성 농기계센터 김진경씨는 추석날도 콤바인 찾으러 오는 농민들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모처럼 쉬는 날 낚시를 던지다 말고 되돌려 돌아왔다”고 했다.  추석 다음날 벼를 베려는 농민들이 너도나도 서둘러 콤바인을 내어 달라는 통에 김진경씨는 추석연휴에도 출근을 해야만 했단다. “그 다음날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농민들 맘이 무척 바빴던 추석이었다“는 회고다.

축산농가는 곡초비상
축산농가들 또한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온 김포평야가 질퍽이기 때문에 벼를 베는 농민들이 볏집을 모두 썰어버리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기 때문에 언제 볏집을 묶을 수 있을지 자신 없기 때문이다.

겨울동안에도 볏집을 묶지 못하면 다음해 농사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축산 농가들은 올 겨울 값비싼 수입풀을 사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국내의 곡초가 부족하게 되면 당연히 수입곡초값이 올라간다.

날씨의 영향은 소의 번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수정사 이윤재씨는 “흐린날이 많다 보니 소들이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서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원래 가을은 왕성한 자연번식기인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모두가 습한 날씨의 영향이라고 했다.

보리 파종 지연
계속된 궂은 날씨는 보리의 파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벼 베는 날이 뒤로 밀리면서 파종 시기 또한 뒤로 밀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리는 월동을 해야 하는데 너무 늦게 파종을 하면 뿌리가 약해 동해를 받는다. 김포지역에서는 9월말~10월초까지가 보리파종의 적기인데 벼를 벤 논도 질퍽거려 기계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보리 파종작업을 할 수가 없다.

앞으로가 문제
김포지역의 벼베기는 10월 중순에 그 피크를 이루게 된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앞으로 10월 중순 이후의 날씨는 대체로 맑을 것이라고 한다. 기온은 약간 높겠지만 강수량은 평년 수준이라고 한다.

한미 FTA 등으로 찌든 농민들이 잠시나마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그런 맑은 가을하늘을 기대해 본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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