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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 앞에 주저앉은 노인들!
요즘은 매일 매일 아침 핸드폰 벨이 울린다.
“예, 000입니다. 아침부터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주민들을 바쁘게 하네요. 그냥 알고 계시라고 전화 드렸어요”

나는 여지없이 차를 변전소로 돌린다. 가 봐야 그저 대치하다가 끝날 뿐, 한 두세 시간 대치하다보면 포크레인이 스스로 철수하는 것으로 그날의 싸움은 끝난다.

오늘 아침에는 시공사의 직원이 인사를 한다. “오늘도 취재 나오셨군요. 추운데 고생이 많습니다”
그렇게 풀어놓은 얘기가 한없이 이어진다. 언덕빼기의 칼바람을 맞으며 벌벌 떨면서 앞으로도 뒤로도 나가지 못하는 시공사의 직원들, 솜이불 누더기를 뒤짚어 쓰고 포크레인 앞에 주저앉은 노인들.

서로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애꿎은 시비를 맞대고 있는 걸까?
시공회사 관계자가 푸념 섞인 이야기한다. “아침에 오니까 한 두분 계시더라구요. 들어가자면 들어 가겠더라구요. 근데 들어가면 무엇하겠습니까? 그렇다고 공사가 되는 것도 아닌데…”“공사를 안 하면 한전에서 계약파기라고 하니까 그냥 나오는 거예요. 주민들 답답한 심정도 이해가 가요”

잠시 후 내게 매일 전화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 “어서 오세요. 저 사람들이 또 왔네. 우리를 완전히 범법자를 만들어요. 정말 변전소에 문제가 없다면 한전 직원들하고 김포시장님하고 여기로 이사와서 살아 보라구 하세요. 한번 살아보라구요”

엊그제는 좀 격렬한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보호 안하고 한전 편만 들어. 뭐 먹었나봐?”하는 한 아주머니의 말에 발끈한 경찰관들이 멱살 잡이를 해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주민의 분통 섞인 말처럼 경찰이 그럴리야 없겠지만…

경찰 관계자가 얘기했다. “경찰이 누구 편을 드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비치죠? 허가과정에는 경찰의 어떤 입장도 반영되지 않는데 나중에 욕은 경찰이 먹는다니까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변전소 설치를 놓고 아옹다옹하는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뿐이다.

맨 먼저 주민들이 그렇고, 막상 공사를 하지 못하는 시공사도 그렇고, 행여 불상사가 벌어 질까봐 중재에 나선 경찰들도 오해를 사고 있으니 그렇다. 또 수년 전부터 부지를 매립하면서 전력공급 계획을 세운 한전도 계획의 차질이 생겼으니 피해자고 문서조작이니 어쩌니 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김포시 공무원들도 피해자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다 모인 그 자리(변전소)에서 김포시청의 관계자들만은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시민들에게 변전소가 들어오지 않도록 해 보겠다던 김포시장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추운 싸움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지지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김포시청에서 “거기 가지 말라”는 전화를 하고 있다는 소문만 들릴 뿐…
그 얘기를 듣다보니 시공사 관계자의 푸념 섞인 얘기가 떠오른다. “사업주체인 한전과 허가권자인 김포시청이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안일한 것 같아요”라는…

그리고 주민들의 얘기가 떠오른다. “허가권자인 김포시청은 허가만 내주고 법적 하자가 없다며 쏙 빠져 버렸다”는…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누군가가 의식적으로 해결의 기미는 찾지 않으면서 그저 힘빼기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는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길거리에 주저앉은 주민들의 피해와 원성이 너무 크다.

이제 변전소 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주체인 한전과 허가주체인 김포시청이 주민들과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심재식기자  p4141@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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