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들 너나 없이 흙탕물을 잔뜩 뒤짚어썼지만 누구하나 찡그린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26일 열린 청소년 모내기 체험축제 마당 ‘땅 짚고 미꾸라지 잡기’ 행사는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새로운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포통진두레놀이보존회(회장 이진민)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시민과 학생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아이들은 논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생소한 촉감에 감각을 곤두세우고 다잡은 줄 알았던 미꾸라지가 슬며시 빠져나가자 여기 저기 한숨이 새어나온다. 질퍽거리는 논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모두가 거북이가 됐다.

처음 잡아보는 미꾸라지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랐다. 발 옮기는 것도 힘든 논에서 처음으로 모도 심으며 구슬땀도 흘렸다. 농사 현장에서 듣는 농악소리는 TV에서, 또는 도심에서 들어봤던 그 소리와 사뭇 달랐다.

논에 물을 퍼 담았던 전통기구인 용두레질과 모를 실어 날랐던 끌게를 타보는 일이 마냥 신기해 보이는 듯 아이들 시선이 모여들었다. 흙물로 온통 황토색이 된 녀석들은 ‘두레소’ 옆에서 마치 농사꾼이 다된 듯 포즈를 취했다.

서해초등학교에 다니는 최순훈, 이가원, 안준상 9살 또래 친구들은 엄마들과 함께 모처럼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미꾸라지를 처음 봤다는 순훈이는 “손안으로 자꾸 빠져들어가는 미꾸라지가 느낌이 이상하다”면서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서울 중화초등학교에 다니는 지상(1학년)이와 경진(3학년)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에서 모를 심었다. 경진이는 “우리가 먹는 밥을 만들기 위해 할아버지들이 너무 힘드실 것 같다. 앞으로는 밥투정 하지 말고 꼭 다 먹을 것”이라며 제법 어른스럽다.

통진두레놀이보존회 정현채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자연에서 호흡하는 농경문화를 체득하는 기회를 갖고 김포문화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3천여평 정도의 두레답을 마련해 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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