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천 과정에서 김포지역은 옛 군·현이 폐지되기도 하고, 다른 군·현에 흡수되기도 하고, 다른 주현에 속현이 되어 군·현의 형세가 축소되는가 하면 승격되어 현이 ‘군(郡)’ 또는 ‘부(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군·현의 격이 오르내리는 것을 읍호승강(邑號陞降)이라고 한다.

김포가 시(市)가 되기까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통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 그 읍호승강의 역사를 살펴보자.  -편집자 주

세도가의 입김이 작용한 조선시대 행정구역 명칭 변경

조선시대에 8도제가 확립되면서 각 도에는 부(府), 대도호부(大都護府), 목(牧), 도호부(都護府), 군(郡), 현(縣) 등으로 차등화된 군현이 구획되었고, 이들 군현에는 지방관이 파견됨으로써 행정적으로 전국에 대한 일원적인 지배체제를 갖추었다.
조선 건국(1392년) 후 태종 2년(1402)에 김포지역은 경기좌 · 우도(京畿左右道)1)1) 경기좌우도(京畿左右道)는 고려 · 조선시대 경기도를 분할하여 설치한 행정구역이다. 고려에서는 1391년(공양왕 3년)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의 요청에 따라 과전분급(科田分給) 때 경기를 좌 · 우도로 나누었다. 좌도에는 한양(漢陽) · 남양(南陽) · 교하(交河) · 양천(陽川) · 인주(仁州) · 안산(安山) · 금주(衿州) · 과주(果州) · 포주(抱州) · 서원(瑞原) · 영평(永平) · 이천(伊川) · 고봉(高峯) · 철원(鐵原) · 안협(安峽) · 연주(漣州) · 삭령(朔寧) 등의 고을이 속했고, 우도에는 부평 · 강화 · 교동 · 김포 · 통진 · 연안 · 평주(平州) · 백주(白州) · 곡주(谷州) · 수안(遂安) · 재령(載寧) · 서흥(瑞興) · 신은(新恩) · 협계(挾溪) 등의 고을이 속했다. 
 소속, 태종 13년(1413)에는 양주부(楊洲府, 현 남양주시) 소속으로 되었다. 태종 14년(1414) 경기좌 · 우도를 경기도로 개편하여 김포 일대는 경기도에 소속되었다. 
조선 왕조는 군현의 통폐합을 통해 지방관의 수를 줄이려고 했지만, 이러한 개편에는 해당 관찰사가 의견을 제시하는 등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왕조실록 태종 14년(1414) 9월 8일자에 나타난다.
“경기도 관찰사가 도 내의 병합한 현읍(縣邑)의 일에 대한 안배에 처리[事宜]에 대해 보고했다. 보고는 이러했다. ‘…금양(金陽, 김포 · 양천)의 인물은 비록 비슷하더라도 경계와 땅의 형세를 볼 때, 양천을 김포에 붙이는 것이 마땅하나, 양천은 경성(京城)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조건의 현읍을 옮겨 배속할 곳을 청컨대, 의정(議政)하여 주소서.’ 호조에서 과천을 금천에 옮기고 양천을 김포에 옮기도록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당시 이러한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민감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병합하는 방식에 따라 병합된 군현의 명칭이 ‘양금(陽金)’이나 ‘금양(金陽)’으로도 바뀔 수 있는 문제였다. 병합의 대상이 된 군현의 토착세력들은 병합되더라도 예부터 내려오던 자신들의 읍명을 그대로 존속시키려 했다. 이는 고려시대 이래로 본관을 둘러싼 읍격(邑格), 읍호(邑號) 문제가 그 성씨 시조(始祖)의 본향(本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에 양천은 김포에 배속되었고, 군현명은 금양(金陽)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태종은 행정구역을 다시금 개편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14년 윤9월 24일자에는 “다시 과천현감을 설치했다. 호조(戶曹)에서 아뢰었다. ‘…금천을 양천에 합해 금양현(金陽縣)으로 하고, 김포는 부평에 붙이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하여 같은 해 8월 김포현이 양천현을 흡수 · 통합해 금양현(金陽縣)으로 개편되었지만 2달 후인 10월에 다시 분리되어 양천현은 금천(시흥), 김포현은 부평부에 편입되어 행정편제상 양천과 김포 두 지역은 속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단기간 내에 행정구역의 명칭 결정이 번복된 것은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는데 경성에서 수원까지의 길이 멀고 험하므로 과천을 독립시키는 편이 낫다는 호조의 논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당시 과천에 농장을 지니고 있었던 세자 양녕대군의 장인인 김한로(金漢老)가 태종에게 부탁하여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 결국 과천은 독립되었고, 금천은 새로운 합병 대상을 찾아야 했다. 이때 인접한 양천이 그 대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금천과 양천이 통합되어 금양현이 생겨났지만, 이 조치는 김포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양천과 김포가 합쳐졌던 금양현은 분리되면서, 김포는 다시 부평도호부에 편제된 것이다. 이렇게 명칭의 변경이 번복되는 사례에서 보듯이 통폐합 대상이 된 군현에 근거지를 둔 척신의 반발이 거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태종 16년(1416) 7월 30일자는  “합병한 군현을 다시 나누어 예전대로 했다. 경기의 금천 · 양천 · 삭녕(朔寧) · 안협(安峽) · 마전(麻田) · 연천 · 김포, 충청도의 온수(溫水) · 신창(新昌) · 전의(全義) · 연기 · 황간(黃澗) · 청산(靑山), 전라도의 부령(扶寧) · 보안(保安)을 모두 복구했다”고 적고 있다. 이렇듯 2년 만에 다시 양천과 김포는 본래 현으로 환원되어 김포현과 양천현으로 편제되어 현령이 다스리게 되었다.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 중에서 148권부터 155권에 걸쳐 각 도의 연혁, 고적, 물산, 지형 따위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지리지인 세종실록 지리지(1454)에는 김포의 지명 역사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김포현편에는 “본래 고구려의 금포현(黔浦縣)인데, 신라가 지금의 이름으로 고쳐 장제군(현 부평)의 영현(領縣)으로 삼았고, 고려 현종 무오(戊午)에 이내 수주(계양구의 고려 초 명칭) 관내에 붙였다가, 명종 임진(壬辰)에 비로소 감무(監務)를 두었으며, 신종 원년(1198)에 왕의 태(胎)를 현(縣)의 땅에 묻고 현령관(縣令官)으로 승격시켰다. 본조[조선시대] 태종 갑오(甲午) 8월에 양천현(陽川縣)을 혁파하여 본현(本縣)에 합치고, 금양현(金陽縣)이라 하다가 10월에 다시 양천을 금천(衿川, 현 시흥)에 합치고, 김포현은 혁파하여 부평부(富平府)에 붙였다가 병신(丙申) 7월에 다시 현령을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통진현(通津縣)편에 대해서는, “본래 고구려의 평유압현(平唯押縣)인데, 신라가 분진(分津) 일명(一名) 북사성(北史城)으로 고쳤고, 고려가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수안현(守安縣)은 본래 고구려의 수이홀(首爾忽)인데, 신라가 수성현(戍城縣)으로 고쳤고, 고려가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동성현(童城縣)은 본 고구려의 동자홀현(童子忽縣) 일명(一名) 동산현(童山縣)인데, 신라가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위의 3현이 신라 때에는 모두 장제군의 영현(領縣)이 되었고, 고려에 이르러서도 그대로 수주 관내에 붙였다가, 공양왕 3년 신미(辛未)에 비로소 통진감무(通津監務)를 두어 수안(守安)과 동성(童城)을 이에 붙였고, 본조 태종 계사(癸巳)에 예(例)에 의하여 현감(縣監)으로 고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종 18년(1487)의 동국여지승람(1486)에는 경기좌도 수원진 소속에 7개현이 있고, 김포지역에는 김포현 · 통진현 · 양천현이 편제되어 있다.

김진수 발행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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