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과 지열 냉난방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흙과 나무 같은 자연과 가까운 소재를 재료로 사용하는 등 새로운 건축양식을 시도해 지은 학교가 있어 신선한 화제다.

강화도에 소재한 산마을 고등학교(교장 윤영소)가 지난 6년여간 임대해 사용해왔던 콘크리트 벽과 벽돌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숨쉬며 공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산마을’ 학교로 이사했다.

이 학교가 새로 지어 이사한 곳은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다랭이 논의 한 자락. 부지의 지형에 순응해서 계단식으로 여러 건물들을 앉혔다. 층층이 세워진 대부분의 건물들은 학생들이 땅을 많이 밟을 수 있도록 대부분 단층으로 지어졌다. 나즈막한 건물들은 전통마을처럼 몇 개의 뜰을 둘러싸고 올망졸망 모여 있다. 흙이나 나무, 돌 같은 자연에서 온 재료를 사용해 자연의생태적인 순환 원리를 존중했다는 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랭이 논자락 부지에 계단식 건물 층층이
천정은 자연목 서까랩지붕은 밤나무 너와
화장실은 수생식물 정화, 뒷간은 물대신 톱밥

부지의 제일 윗쪽에 자리 잡은 식당은 서해바다를 향하고 있고, 운동회나 마당극이 벌어지는 큰 마당을 굽어본다. 식당 전면에는 툇마루를 놓고, 앞마당에는 느티나무를 심었다. 식당 내부는 좌식으로 하고, 천정과 바닥 높이를 달리해서 분위기가 다른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었다. 주방 입구에는 각종 장류나 효소를 담글 수 있는 작업공간도 있다.

난방은 지열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땅 속에 200미터나 되는 대공을 대여섯 개 파고 그 안에 파이프를 묻어 땅 속의 열을 끌어올린다.

식당동 오른편은 작은 뜰을 중심으로 기역자형의 교무동과 일자형의 자료동이다. 교무동은 교사들의 작업장이자 교사들이 학생들과 만나는 장소다. 그 중심엔 미니 바가 있어서 교사와 학생이 난롯가에 모여 차를 마시거나 고구마를 구어먹을 수도 있게 했다.

▲ 스머프의 집을 연상시키는 명상실

회의실 옆으로 난 문 밖에는 작은 뜰이 있고 왼편에 자료동이 있는데, 약간 꺽어진 일자형 통나무집이다. 내부는 지형을 따라 두 단으로 되어 있고, 높은 단에는 좌식으로 정기간행물과 영상자료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고, 낮은 단에는 입식으로 일반자료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자료동 천정을 멋지게 가로지르는 휘어진 육송은 소나무가 잘 자라기로 유명한 서산에서 실어왔다고 하는데 이웃 주민들이 직접 껍질을 벗기고 모양을 깎았다 한다.

자료동을 나오면 흙벽돌벽에 억새지붕을 하고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작은 방이 보이는데, 바로 명상실이다. 조용히 혼자 눈감고 앉아 있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그 때 이용해 봄직한 방이다.

명상실에서 나오면 또 하나의 뜰이 있고 그 뜰을  둘러싸고 두 개의 교실동과 작업실동, 그리고 동아리동이 보인다. 명상실 왼편엔 조개껍질 모양의 교실이, 그리고 오른편엔 부정형 마름모꼴 교실이 각각 두 개씩 있다. 두 동 다 기초는 자연석을 다져 넣었고, 벽체하부는 돌을 쌓고, 상부는 토담에 흙벽돌을 가미해서 올렸다. 천정은 자연목 서까래를 썼고, 지붕은 흙 위에 밤나무 너와를 얹고, 바닥엔 구운 벽돌을 깔았다.

▲ 교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네 개의 교실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로지 자연에서 온 재료만으로 지은 셈이다. 두께가 40센티 정도 되는 흙벽은 거푸집을 벽 양쪽에 세우고 그 사이에 황토와 마사토를 1:1.5의 비율로 섞어 넣고 다져 올렸다.

교실동에서 좀 더 내려오면 뜰의 왼편에 유일하게 2층인 동아리동이 있다. 넓게 트인 남향으로는 마을의 전경이 펼쳐지고, 북쪽을 향한 2층 테라스에서는 산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1층엔 공부방과 두 개의 동아리실이, 그 사이엔 공중전화가 설치된 휴식공간이, 2층엔 테라스와 두 개의 독립된 동아리실이 마련됐다. 동아리실 남측엔 생태적인 의미를 갖는 연못이 있고, 대여섯 그루의 감나무와 낮은 돌담이 펼쳐졌다.

▲ 작은 돌들이 모여 큰 줄기를 만든 헛담

화장실에서도 흥미로운 자연체험을 할 수 있다. 화장실 앞에 묻힌 정화조와 연못 사이에는 땅 속에 지그재그로 타공관을 묻어서 정화조에서 나온 물이 1차는 땅속에서, 2차는 연못의 수생식물을 통해 정화될 수 있도록 했다. 운동장 남서측엔 톱밥변기가 놓인 뒷간도 있다.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자연의 순환원리를 산마을의 구도자들이 과연 얼마나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사용해보면 벌레와 냄새를 골고루 피할 수 있는 멋진 방식임을 알게될 것이다. 톱밥을 넉넉히 뿌려주기만 한다면.

산마을이란 생활공간과 그 공간을 채워나갈 산마을의 정신이 점차 어떻게 서로 조응하며 서로를 변화시켜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산마을고등학교는? 작은 구도자들이 자기의 길을 만들어가는 곳 산마을이 오늘의 모습으로 서기까지 참으로 오랜 여정이 있었다. 삼 년에 걸쳐 세 번이나 터가 바뀌고 설계도 그 때마다 달라졌다고 한다. 2000년 개교 당시 국제복음고등학교이던 교명을 2002년 10월 산마을 고등학교로 개명하면서 학교 이념이 뚜렷한 색깔을 띠게 됐는데 이번 신축은 이 학교가 추구하는 이념을 학교라는 공간 안에 담아내기 위한 시도였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공간은 무엇보다도 산마을의 작은 구도자들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자연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진정한 자아발견과 수행을 돕는 구도의 공간은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재료와 공법은 어떤 것일까?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정서를 현대적인 삶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런 물음들을 안고서 남도의 몇몇 서원들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또 수도자들의 생활공간인 수도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산마을고등학교는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대안적인 삶의 모형을 제시함으로써 영성에 기초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취지 아래 2000년 3월 15일 국제복음고등학교로 개교한 뒤, 2002년 10월 18일 현재의 산마을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2006년 3월 기준 3학급에 47명의 학생과 15명의 교직원이 있다. 2007년 2월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20명을 선발하는 입학전형을 10월말경 실시할 계획이다.                                                              문의 032)937-9801, 9807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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