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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수필)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남궁금순

 

할머니는 여전히 남들은 기계로 논도 갈고 사료도 안 사고 여물을 썰어 먹이고 있으니 아유 답답해, 하며 구시렁대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들은 체도 않고 이가 빠진 낫을 쇳돌에다 갈아 꼴을 베어다 주고, 볏짚을 작두로 썰어 설익은 호박과 콩깍지를 넣어 쇠죽을 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40년을 함께 살아온 소가 이젠 다 늙어서 일을 제대로 못하고 굼떠지자, 할아버지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소를 사야겠다며 우시장으로 갔다.

*

송아지는 금세 자라 힘을 당할 수가 없게 되자 할아버지는 송아지의 코를 뚫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노간주나무를 베어다 불에 그슬려 구부려서 끝을 뾰족하게 만드셨던 그 콧뚜레.

*

아버지께서는 들로 나가 연한 풀을 먹여야 소가 살이 찐다고 하셨지만, 들로 나가면 잠깐만 한눈팔아도 남의 밭에 있는 곡식을 싹둑 잘라먹어 나는 산으로만 끌고 다녔다. 산에 올라 고삐를 놓아주면 소는 이리저리 다니며 칡넝쿨이며 억새 풀을 뜯어 먹었다. 나는 그동안 너럭바위에 앉아 책도 읽고 하모니카도 불었다.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하면서,

해는 금새 뉘엿뉘엿 지고 우리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소는 앞장서서 뛰어 내려오며 연신 방귀를 뿡뿡 뀌어댔다. 송아지가 중송아지쯤 되면 아버지는 소 목덜미에 멍에를 얹고 일을 가르치며 뒤에서 쟁기를 붙잡고 “이랴, 이러러려” 밭이랑을 켜며 따라오셨다.

*

“낭패라이”하며 할아버지는 고삐를 풀고 워낭도 떼어냈다. 결국 늙은 소는 그해 겨울을 못 넘기고 봉화산 기슭에 묻히고 말았다.

“좋은 데 가거래이”

하며 할아버지는 봉화 막걸리를 뿌려 주었다.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는 라디오를 들으며 이가 다 빠져 볼이 움푹 팬 모습으로 살고 있는 워낭소리의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실제 살고 있는 분이라고 했다.

*

아버지 생각을 너무나 많이 하게 하는 영화였다.

( 남궁금순 수필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김포문학 39호 308, 사색의 정원 2022)

 

[작가소개]

남궁금순 김포문인협회 회원, 체신청 주관 경인 지역 가족글짓기대회 은상( 1995), 제14회 김포시 여성주간 기념 글짓기대회 최우수상(2013), 김포여성 기예경진대회 우수상(2014), 제4회 산림청주최 무궁화문학상 동상(2015), 제39회 샘터상 생활수기 가작 부문 수상(2018).

 

[시향]

다큐멘타리 독립영화 ‘워낭소리’, 한 번쯤 본 영화이다, 작가는 이 영화를 보게 된다. 이에 어릴 적 향수, 아버지께서 노간주나무를 베어다 불에 그슬려 구부려서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던 콧뚜레를 기억해 내고, 독자의 향수를 불러내어 오래된 그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작가의 아버지는 들로 나가 연한 풀을 먹여야 살이 찐다고 하셨지만, 한눈파는 사이 남의 밭곡식을 싹둑 잘라 먹어 산으로만 끌고 다녔는데, 소의 고삐를 놓아주어 이리저리 다니며 칡넝쿨이나 억새 풀을 뜯어 먹게 해주었다고, 그동안 어린 작가는 너럭바위에 앉아 책을 읽거나

“아 목동의 피리소리들은~”

하면서 하모니카를 불었다고,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해는 금새 지고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소는 앞장서서 뛰어 내려오며 연신 방귀를 뿡뿡 뀌어댔다고, 송아지가 중송아지쯤 되면 아버지는 소 목덜미에 멍에를 얹고 일을 가르치며 뒤에서 쟁기를 붙잡고 “이랴, 이러러려” 밭이랑을 켜며 따라오셨다고,

작가의 정물 같은 세계의 질서, 겸허히 순응하는 비움의 미학, 오래된 아버지의 손길에 대한 추억, 그 감촉에 낮은 등을 켜고 부지런히 적어 보는 열정이 자신을 한결같이 대할 수 있게 하는가 보다. 그리하여 독자인 우리도 잠시 제자리로 돌아와 거울 속 자화상을 마주 들여다보게 해준다.

‘워낭’은 말이나 소의 목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이나 쇠고리를 말한다. 말이나 소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는 소리, 해지는 저녁 초원의 언덕길을 내려서며 조용히 딸랑거렸을 워낭소리를 마음속으로 따라가 보자.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들 고요히 멀어져 갈 것이다. 맑아진 가슴을 젖뜨리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자. 이 저녁 추석을 앞둔 북청 색 밤하늘 냇가, 흰 옥양목 이불 홑청을 빨래방망이 두들기던 어머니의 섬돌, 워낭소리 따라 별빛 돋아나는 밤하늘 시냇물을 따라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상숙 (시인)

 

남궁금순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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