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와 프로(professional)의 차이점은 프로는 복잡한 것이 없이 매사가 간단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장문(長文)의 글과 긴 이야기가 필요 없이 간단한 이치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한다. 또 하나는 일정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에서 프로는 대화 속에 가닥이 정리되어 듣는 사람이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정리가 되는 반면에 아마추어는 자기중심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행동에도 차이가 있다. 배운 기량을 이것저것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아마추어다. 명쾌한 행동 보다는 남의 것을 섞어서 이어가며, 집중력을 보이지 않고 결론이 없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생활 속에서도 큰 차이점을 보인다. 프로는 아마추어를 존중하지만 아마추어는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논리를 내세워 프로를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오래전의 일이다. 수원에서 잠시 전문서적 코너를 담당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찾아왔다. 처음 보자마자 주역 공부를 하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잠시 찾아온 경위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연산에 있는 개태사에 원인이 있음을 알았다. 개태사는 20대말에 아내와 함께 잠시 들려서 차 한 잔을 나누었던 적이 있었던 곳이다. 그곳에서 가볍게 주절거렸던 이야기가 필자를 찾아온 계기로 작용하였다.

며칠 후 주역공부를 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가 기거하는 집에서 물 한 병을 놓고 세 사람이 황극과 무극에 관계된 이야기부터 문답을 나누면서 대화는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친구의 간단한 대답들이 상대방의 의문을 풀게 하였는지 갑자기 서로 맞절을 나누는 모습에서 프로의 세계를 엿보게 되었다. 친구는 현재 대전에서 주역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역의 대가인 야산(也山) 이달(李達)선생님의 손자인 이응국씨다. 짧은 답변에 의문이 술술 풀어진다면 그것처럼 기쁜 것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직, 간접적으로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감 속에서 살아간다. 그 중에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나 실력가는 아니더라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피곤하게 하는 사람도 상존한다. 전문가는 아니라도 최소한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자세와 남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만 있어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보다는 편견에 쉽게 동조하고 상대방의 말보다는 본인의 말에 심취해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인내하지 못한다.

리더자나 관리자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넘어가면서 본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관리자는 남의 탓을 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발전이 없고,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결정하는 리더자는 행간을 읽고 만족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전체적인 뜻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아마추어도 아니다. 싸움닭 정도의 성질만을 갖고 있을 뿐 관리자나 리더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남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을 드는 사람보다는 남을 위하여 밥상을 직접 차리는 사람이 리더자요 프로다.

소리 없이 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풍토가 지역문화지수를 가늠한다. 무리지어 움직이지 않아도 개인을 존중하며 단체다운 단체들이 많을 때 사족(蛇足)같은 내용들은 스스로 정리되어 본연의 자리를 찾아 갈 것이다.

직장과 지역의 문화지수는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로 인정받고 프로는 프로로 인정받는 척도가 될 것이다. 아마추어가 프로라고 큰 소리 내는 곳일수록 되는 것도 되지 않는 것도 없다. 그런 곳에는 주인으로 행사하는 사람이 많아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이 있을 뿐이며, 소리만 무성하고 결과가 부족한 뒷골목 문화만 활개 칠 것이다. 어설픈 아마추어가 프로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소리 내지 않고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여러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밥상을 차려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에서 세상을 포용하는 이치를 삶에서 깨우쳐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아마추어도 프로도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웃과 서로를 싸움에 말려들지 않게 하고, 폄하 보다는 대안을 제시하여 서로를 이롭게 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아마추어고 프로다. 그러한 지역사회와 직장이 문화지수가 높은 곳이며 발전이 있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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