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茶毘)

                                            박소미

아버지가 불의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다

가슴속 누름돌과 천불이 몸을 섞는다

심장이 타들어 가고 경첩 박힌 허리와 울대를 불의 혀가 핥는다

혼기 놓친 딸의 가슴에도 벌불이는가

놀란 그처럼 불 머리가 치솟는다

불길에 들어앉아 모래시계 뒤집어놓고

당신은 점점 모래알을 닮아가고 있다

모래알은 나를 헤아리고 있다

우리는 슬픔의 결 따라 오리 떼처럼 간다

식어가는 허기를 끌고 한 끼 데우러 간다

곰탕집 지붕에 햇발 들끓고, 영각 소리 졸아들고 있다

찬물 바가지 무쇠 솥뚜껑에 붓는다

불보다 먼저 땀 흘리던 당신의 지청구가 뿌옇다

소 등목시키던 투가리 같은 손이

뒷머리를 쓰다듬었던가

서늘하다, 이마저도 당신 걱정이 타고 남은 것이라면

마지막 고요까지 눌러붙은 얼룩이 눈물로 남는다

잉걸불에도 삭지 않은 다섯 과(과),

틀니와 척추에 박힌 철심들이 계를 이룬다

몸이 쓰고 남은 이문들이다

나는 논두렁에 앉아 겻불 같은 아버지를 쬔다

여백이 깊다 이마저도 미련이라면

더 잘게 바숴야 할 것들인가

저녁놀이 운구처럼 빈 논을 넘어가고 있다

(김포문학 39호 202~203 페이지, 2022 년)

[작가소개]

박소미 《국제신문》시 부문 당선(2021) 등단. 김포문인협회 부회장. 목포문학상 본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장애인 문학상. 김포예총 예술인의 밤 시의회 의장상 등을 수상함. 〈서울〉, 〈달詩〉, 〈시품〉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공저 『우리들의 겨울』『바퀴벌레조차 귀여울 때가 있을까』와 〈달詩〉시선 『척尺』 『시차여행』 『꽃을 매장하다』 『 무화과 서약』이 있다

[시향]

 시인이 화장로 관망실에서 아버지의 다비를 지켜본다 아버지 가슴 속 누름돌과 화장로 천불이 만나, 심장이 타들어가고 경첩 박힌 허리와 울대를 불의 혀가 핥는다 혼기를 놓친 딸의 가슴에도 벌불이 일까 놀란 그처럼 불머리가 치솟는다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도 아버지가 결혼 안 한 딸을 걱정하실까 봐 시인이 걱정한다  지금 아버지는 육탈을 마치고 모래알을 닮아가고 있다 그 틈에도 모래알이 오히려 딸을 헤아리고 있다고 생전의 아버지를 회억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기에, 허기진 배를 데우러 오리 떼처럼 곰탕집으로 간다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 곰탕집 지붕에는 햇발이 들끓고, 소 울음소리마저 졸아들고 있다 넘치지 못하도록 찬물 한 바가지 무쇠 솥뚜껑에 붓는다 순간, 소 등목시키던 투가리 같은 손이 시인의 뒷머리를 쓰다듬는 듯하다 ‘서늘하다’고 고백한다 이 서늘함마저도 당신 걱정이 타고 남은 것이라면 눈물 외에 무엇이 남으랴 아버지 뼈가 바숴지는 순간에 생전의 아버지가 등목시켜주며 아끼셨던, 소의 뼈를 삶는 곰탕집으로 가게 되다니......아이러니다 틀니와 척추뼈에 박혔던 철심 다섯 과(顆)를 아버지 몸이 쓰고 남은 이문들이라 규정하고 있다 슬픔을 초월한 사유다

 논두렁에 앉아 겻불 쬐듯 아버지를 쬔다 따뜻한 듯 서늘하다 이마저도 미련이라면 무슨 감정을 더 잘게 바숴야 할지 시인이 묻고 있다

글 : 박정인(시인)

박소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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