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

                                      박위훈

 

바람이 자라는 무릎이 있다

벼 벤 자리가 철새를 불러 앉힌다

농로 따라 늘어선 콩꼬투리마다 연두 비린내를 벗는다

사라진 저녁 종소리에 손을 모으던 새 떼가

노을의 부스러기를 물고 어스름의 뒷문을 두드릴 때

삽화처럼 개밥바라기를 그려 넣었다

 

감나무 가지에 걸린 밥 짓는 연기를  따라간 유년은 가뭇없다

꼬투리 벌어져 콩알 구르는 소리에

뚝 잘리는 귀뚜리 울음

소리의 그늘을 비우고도 꼿꼿한 콩대를 보며

비움의 넓은 품을 본다

 

뉘 한 줌 빻아 이불 홑청에 풀 먹이던

어머니,

 

도깨비바늘이라도 달이는 날이면

쇳소리가 잦아들곤 했다

 

(박위훈 시집 『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는지』상상인 시선 029, 2022년)

 

작가소개

박위훈  현)김포문예대학 기초반 강사. 경남신문 신춘문예 (2020년).『문예감성』등단. 시집『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는지』. 중봉문학상 대상 수상(2023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인협회 회원, <상상인>작가회, <달詩>, <반딧불이> 동인.

 

[시향]

 무릎에 바람이 들고, 벼 벤 들녘엔 떨어진 알곡과 아직 피신하지 않은 벌레들을 찾아 철새들이 모여드는 계절이랍니다 농로를 따라 늘어선 콩대에 달라붙은 콩꼬투리들이 비린내를 벗고 있고요 밤이 달갑지 않은 새 떼가 노을 진 공중으로 날아가고 하늘엔 개밥바라기 샛별이 돋아납니다 시 속엔 평화로운 가을날이 고스란하지만 노동의 계절이고 바람이 자라는 무릎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득해집니다  

 시인은 감나무 가지에 걸린 밥 짓는 연기를 따라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유년이 그리워집니다 콩꼬투리들이 저절로 벌어지고, 콩알 튀는 소리에 귀뚜리 울음소리도 끊깁니다 가을은 무엇을 더 채근하는 것일까요? 소리의 그늘을 다 비워내고도 꼿꼿한 콩대를 보며, 어머니 마음 같은 넓은 품을 봅니다

 뉘 한 줌 빻아 이불 홑청에 풀 먹이던 어머니, 무릎 통증으로 신음 소릴 내다가도 청열해독(淸熱解毒), 거풍제습(祛風除濕), 활혈소종(活血消腫)에 특효가 있다는 도깨비바늘 풀을 푹푹 달이는 날엔 무릎이 아픈 어머니의 쇳소리가 잦아들곤 했습니다

틈만 나면 당신 몸을 들볶으시던 어머니들은 지금 천국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이 삼엄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발끝을 내밀고 있습니다

글 : 박정인(시인)

 

박위훈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위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