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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설거지

                               비설거지

                                                                  이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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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거지란 늘 끝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이지만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설거지는 대체로 가정 내에서는 밥을 먹은 뒤 하는 일이고 회사나 사회조직에선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설거지 중 미리 하는 설거지도 있다. 비설거지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비 피할 곳이 협소하여 농기구나 농사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너저분하게 방치해 놓을 수밖에 없었던 옛날, 허리가 아프거나 몸이 찌뿌둥해지면서 비 올 낌새가 보이면 농부는 비설거지로 바빴다.

 오죽하면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곶감보다 느닷없이 내리는 가을비가 더 무섭다고 했을까. 비가 와버린 뒤에는 설거지를 할 의미가 없으니 농부 살림의 설거지는 비가 오기 전에 미리 하는 비 대비를 설거지라 이름 붙인 것은 참으로 알맞은 이름 붙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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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 심은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에 희망을 걸고 살았던 농부들이 애지중지 길렀던 벼를 수확한다고 논바닥에 베어 늘어놓았는데 가을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면 얼마나 애가 타고 낙심이 되었을까.

 더구나 갑자기 내린 소낙비 탓에 말린다고 마당에 널려 있는 참깨니 콩이니 고추 등속을 후다닥 걷어 들여야 했다면 그 황망함이 어른들의 옛말처럼 노루가 애를 업어 가도 말을 하지 말라는 정도였을 것이다

 친척 잔치 손님으로 집을 떠나거나 혹은 품앗이 삯꾼 찬거리를 구하러 장터라도 찾은 날 뜬금없이 후두두 가을비라도 내리면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공중에 떴다.

 노심초사 어른들은 감 잎사귀 비 듣는 소리만 들으면 댓바람에 달려 나가 비설거지를 했다.

(김포문학 39호 338~341 페이지 2022년)

 

[작가소개]

이덕대  김포문인협회 회원, 김포문학상 신인상 수필 부문 수상

 

[시향]

 위 글은 이덕대 수필가의 <비설거지>의 부분을 발췌한 글이다 본문에서 작가가 말했듯이 설거지란 음식을 먹은 뒤에 그릇 따위를 씻어 치우는 것을 의미하지만 설거지 중 미리 하는 설거지가 있다 그것이 바로 비설거지다 비가 오려 할 때, 비 맞히지 말아야 할 물건들을 거두거나 덮어두는 일을 일컫는다

 우리 조상들의 위기 극복 대처법이 후대에 교훈이 된 것들 중 하나가 비설거지다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를 위한 건강보험 가입과 국민연금 가입 또한 인생 비설거지라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단정한 생을 살기 위해서는 유산상속에 버금가는 정리를 해 나가는 것 또한 인생 비설거지가 아닐까?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전반에 걸쳐서 우리 미래를 위해 비설거지 하듯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글 : 박정인(시인)

이덕대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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