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어머니께 처음 배운 것은 토방에 있는 신발정리와 청소하는 것이다. 신발은 나가고 들어올 때 위치가 다르고 어른 신발과 아이 신발이 다르며, 비와 눈이 오는 경우에 따라 정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지금이야 신발장이 있어 각자 신발장에 넣으면 되지만 옛날에는 신발정리를 별도로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청소와 신발정리에서 중요한 것은 쓰임새에 따른 정리다. 특히 청소를 하다보면 사물과 부닥치게 된다. 그것이 쓰레기라도 사물임에는 틀림없다. 청소는 쓰레기를 버리는 표면적인 목적 보다 청소를 통하여 내면에 있는 찌꺼기도 함께 버리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즉 하심(下心)을 갖고 배움에 임하라는 것이다. 진지한 마음을 갖고 청소를 하며는 그 속에서 균형 감각을 터득하게 되고 자신을 성찰하는 작은 계기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학교에서 풍물반을 운영하면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남보다 빗자루를 먼저 잡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학생들은 청소를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청소도 중요하지만 실천적인 자세를 갖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풍물반은 음악을 하는 모임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자세는 악기를 자신의 몸과 같이 여기는 것이다. 비록 도구에 불과해도 악기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능적인 것만 배우게 되고 그 속에 깃든 정신적인 배움은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악기뿐만 아니라 정리와 청소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능적인 기량은 터득할 지라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요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곤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풍물은 공동으로 움직이는 조화와 화합의 바탕에서 소리를 내는 음악이기 때문에 자세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내가 먼저 움직이는 적극적인 자세와 다른 사람과 공동의 보조를 취하는 배려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면서 그 내면에 있는 뜻을 스스로 체득하는 사람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빗자루를 먼저 잡는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배울 것이 많은 직장이며 직장문화도 변화한다. 직장에서 지시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서류에 의존하여 움직이는 곳은 한계를 미리 설정하고 일을 하는 것과 같은 곳으로 발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시에 의존하여 움직이고 일의 양이 많고 적다는 것을 편안한 기준으로 삼는 곳은 어려운 직장이다. 스스로 일을 만들고 찾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처음에는 힘들어도 나중에는 오히려 편안하다는 것과 직장의 문화가 서로 배울 것이 않은 곳으로 상승할 때 만족과 성취를 통해서 편안함을 찾는 것이다.

빗자루를 먼저 잡을 줄 아는 사람은 일에 대해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있는 사람이며 남을 위한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빗자루를 먼저 잡는 사람은 나이와 직책에 따라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직책을 불문하고 누구나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자세로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일을 할 때 그곳의 문화는 상승하고 발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천적인 자세는 책에서 글을 읽고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몸으로 움직여서 스스로 느끼고 배우게 하는 과정에서 체득하는 것이다. 작고 하찮게 생각하는 것에 오히려 큰 배움이 숨어 있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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