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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도서관

         공동묘지 -도서관

                                         임경순

삶들이 매장된다

일련번호가 덧씌워진 빼곡한 틀

묘비명을 훑어본다

시 소설 수필

끼리끼리 봉인된 이름들

얇거나 두꺼운 유서가 될 것들이

바코드 염을 마친다

빛바랜 고전부터 현재진행형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신세는 마찬가지

구구절절한 것들이 며칠씩 외박하며

재해석되기도 한다

베스트셀러의 제법 폼나는 

띠지인지 수의인지 표정이 모호하다

찾는 이가 많거나 적거나 

조화 한 다발 없는 공동묘지에

나를 묻고 싶다

 

(김포문학 36(2019) 218)

 

[작가소개]

임경순  김포문인협회 회원월간 『시문학』등단혜화시 동인회여울 문학동인회 회원시집 『숨는 벽』출간

 

[시향]

  도서관에는 인문학을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모여 있지요 이러한 모든 책들은 우리 삶을 둘러싼 얘기들이기에시인은 도서관에 비치된 모든 책들을 바로 인간의  자체로 보고 있습니다 도서관 서가(書架)에 꽂히는 책들을 두고 ‘삶들이 매장된다’고 합니다 하고많은 책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하고다 읽고 싶은 욕구에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요 이러한 많은 책들 앞에서 시인은 ‘일련번호가 덧씌워진 서재에서 묘비명을 훑어본다’고도 합니다 도서관에 매장되었으니 책 제목은 당연히 묘비가 되겠지요 시인은 특별히 시 소설 수필에 눈길을 줍니다 이 책들의 이름들은 ‘끼리끼리 봉인’되어‘얇거나 두꺼운 유서가 될 것들’이라고 합니다 바코드에 의해 염습되었다고도 합니다 바코드엔 그 책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지요 고전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며칠씩 대출되어(외박하며), 재해석되기도 하지만 출판사의 응원을 받아 띠지를 두른 책도 베스트셀러인지 책이 수의를 걸친 건지 분별하기가 모호하답니다 그럼에도 책을 사랑하는 시인은 ‘찾는 이가 많거나 적거나조화 한 다발 없는’ 책들의 공동묘지인 도서관 서가에 자신을 묻고 싶어 합니다 방해받지 않고 며칠 도서관에 묵으며 배부를 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글 박정인(시인)

 

 

임경순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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