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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출처

             관계의 출처

                                             권영진

 

미뤄온 신발장 청소를 시작한다

세 식구 구두, 운동화, 샌들 한 무리가

각자의 보폭에 맞게 한걸음씩 걸어 나온다

 

반려견이 물고 나온 짝 잃은 슬리퍼도 합류하는 발걸음

 

몇 해 전 306보충대 연병장을 밟았다

차렷! 열중쉬어! 교관의 소리 메아리 되자

곳곳에서 들리는 흐느낌은 울림이 되었다

 

삼십 년 전 그 자리에 계셨던 어머니

당부의 말씀 대신

연신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먹구름 밀려오는 먼 하늘만 바라보셨다

 

눈물을 애써 참은 내 눈동자에

어느새 아들이 들어 앉아 있다

 

[작가소개]

계간 『창작산맥』가을호 등단, 김포문인협회 부회장, 김포예총 예술인의 밤 시의회의장상 수상(2015), <징>동인.

 

[시향]

미뤄오던 신발장 청소를 위해 신발들을 꺼냅니다 세 식구의 구두, 운동화, 샌들 한 무리가 나옵니다 언젠가 반려견이 물고 나온 짝 잃은 슬리퍼도 눈에 뜁니다 부모님을 졸라 아들이 기르게 된 강아지의 저지레일 테지요 시인이 세 식구란 말을 전치(前置)한 점으로 보아, 부부와 외아들로 구성된 가족이겠습니다 몇 해 전 아들의 군 입대 때 시인은 의정부 용현동에 위치한 306보충대 연병장에 갔습니다 차렷! 열중쉬어! 교관의 엄격한 구령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메아리로 들리자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습니다  삼십 년 전, 같은 연병장에 서 계셨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어머니는 당부의 말씀 대신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먹구름 밀려오는 먼 하늘을 바라보셨다지요 그날의 어머니처럼 시인도 애써 눈물을 참으며 연병장을 바라보니 어느새 아들이 눈에 들어앉았습니다 부모가 되어 외아들을 군대에 보내보니 이제야 어머니의 심정을 알게 되었지요 너나없이 우리 모두는 참 철없는 자식들인 것 같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결혼하기 전, 범국가적 차원의 <부모 마음 미리 알아보기> 같은 참교육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말 씀 한 마디: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글 : 박정인(시인)

권영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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