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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부부

                                                                                                  박완규

 

당신은 미온수입니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물

 

맵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은

민물도 바닷물도 아닌

당신은 맹물입니다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없이

머뭇머뭇 애간장 녹이는

장마처럼 지치게 하는

양파처럼 벗겨도 속이 안보이고

눈물만 나는 靑盲입니다

 

손바닥 감정선마저 지워진

쉰내 나는 보리밥 같은

죽도 밥도 아닌

 

비도 눈도 아닌

진눈깨비 같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당신은 그냥, 좋은 사람입니다

 

[작가소개]

《한맥문학》(시)으로 등단하였으며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인협회 감사로 재임 중이다. 김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달詩>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 『거짓말의 무게』, <달詩>시선『척尺』, 『시차여행』(공저) 이 있다

 

[시향]

저는 이 시의 제목을 ‘부부’ 라 읽고 ‘아내’ 라 곡해하려 합니다. 어느 유명한 카피라이터의 문구가 떠오르실 테지요 이 시에서 당신은, 나만 바라보는, 어쩌면 자신은 없을지도 모를 것 같은, 바로 ‘나’ 같습니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온수처럼 내게 맞춤하고, ‘맵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으니 내 몸에 해가될 게 없고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없’으니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내게로 와 지금까지 회로하니, 나밖에는 아무도 안 보이는 ‘청맹’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할 말이 있어도 머뭇거리며 애간장을 녹이고 눈물만 흘리고, 양파처럼 속내를 표출하지 않으니 ‘장마처럼 지치게’ 할 때도 있겠지만 이 또한 내 안의 ‘나’ 같은 부부라서 서로 다툴 일도 없겠습니다 ‘쉰내 나는 보리밥 같’은, ‘죽도 밥도 아닌’ ‘비도 눈도 아닌’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당신은, 그냥 좋은 사람’ 이라고 시를 마무리 합니다 현명한 끝맺음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이런 부부 또 없을 것 같네요 모든 부부가 다 이 시의 ‘부부’ 같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박완규 시인 ‘부부’는 이 시 속 ‘부부’이겠습니다 평소에 제가 느낀 시인의 모습과도 일치하니까요 이 점이 제가 이 시의 제목을 ‘부부’라 읽고 ‘아내’라 곡해한 이유인 것입니다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듯 살아가는 부부가 많은 세상에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부부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부럽도록 따뜻합니다

글 : 박정인(시인)

박완규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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