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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도 가장 밝게 보이는 달이 있어요

      제 눈에도 가장 밝게 보이는 달이 있어요

                                                                  

                                                                               이정훈

 

당신을 피해 공원으로 가야해요

가로등에 매달려 있는 달은 부풀고

저는 그 주위를 맴도는 위성을 하나 잡아 시를 써요

                                                                    

공원에 여러 개의 달이 뜨는 밤이예요

나방은 미련하다는 당신 말이 생각나죠

자기들 눈에 가장 밝게 보이는 전등을

달이라 착각해 그 주위를 맴돈다고

 

벤치에 앉아 시를 쓰는데

저렇게 작은 전구도 달이 될 수 있나 봐요

달의 주변에 위성이 너무 많아 표면이 어두워 보이죠

이렇게 그늘을 이해하는 게 맞나요

 

아침이면 추락할 나방을 볼 때면

전 다음 문장을 쓰지 못해요

이게 다 미련한 꿈을 가진 탓이겠죠

하지만 달에 도착했다고 믿는

나방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해요

 

이 장면을 기록하다 보면

저도 어딘가에 다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달이 엄청 가까워 보이고

날갯짓하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죠

 

당신의 말처럼 미련한 꿈일지도 몰라요

제가 생각하는 곳이 아닐 수도 있죠

그래도 빛이 몸 가득 스며들 때까지

열심히 날갯짓을 해보려고요

 

[작가소개]

이정훈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중

김포문학상 신인상, 청년부 시 부문 (2020)

 

[詩香]

당신을 피해 시인은 공원으로 가야 합니다 여기서 당신은, 시인을 가장 사랑하고 앞날을 걱정해 주는 부모님일 테지요 나방이 가로등을 위성처럼 맴도는 장면을 보며, 시인의 가슴에 시가 착상됩니다 나방은 미련하다고 한 당신 말이 생각납니다 그런 나방이 제 눈에 가장 밝아 보이는 전등을 달이라 착각하고, 죽기 살기로 전등에 닿으려 합니다  수도 없이 몰려드는 나방들로 어두워 보이는 전등표면이 달 그늘일 거란 생각까지 해 봅니다 아침이면 추락할 나방은, 자기가 달에 도착했다고 믿을 게 확실합니다 시인에게도, 미련하다는 충고를 감내하면서까지 꼭 가닿고 싶은 자신만의 달이 있습니다 추락하는 나방을 볼 때면, 자신이 택한 달이 미련한 꿈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으로 다음 문장이 써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달에 닿았다고 믿는 나방들은, 최선을 다 했으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 믿어지는 순간, 시인도 자기가 택한 달을 향해 열심히 날갯짓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시인의 달은 몇 미터 위에 떠 있을까요 젊은 시인의 심중 소원이 달보다 더 환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기를 자꾸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글 : 박정인(시인)

이정훈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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