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까마중

                까마중

                                                 조성춘

 

요만한 입 안에 숨겼다가

노오란 꽃방망울 드러내

활짝 웃던 꽃씨, 호미 끝에 걸릴 때

하얀 꽃부스러기 바닥에 펴자

초록 알방울 성기게 매달았다

 

풋내가 별꽃 포기 앞에

하지감자 호미손 멈칫 한다

 

뒷집 계집아이

시도 때도 없이 설익은 봉숭아

속살 내려 볼 일을 보아도

잰대기 삘기꽃 헤픈 묏등에서

양은 도시락 펼 때도

보리밥알 낱낱의 하지감자 건네던

그 이유를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설익어서 잃어버린 까마중

줄기 몸통만 남기고

튓집 두엄 퇴무지에 팽개쳐 있는데

 

그 아이의 이빨은

까맣게 웃고 있었다

 

[작가소개]

현재 김포시청 경제문화국장으로 재직 중에 있다. 통진문학회 회원, 전)김포문인협회 회원

 

[시향詩香]

감자밭 한켠에 저 혼자서도 꽃을 피우고 풋것들은 내일 아침이면 적당히 단맛으로 자기 모습을 달리한다. 순간순간 자기 모습을 달리 나타내는 인간의 성정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라고 충고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마다 설익은 복숭아 살결로 문안하는 소녀의 희열은 자연과 어루러진 순수함 그 자체이다. 그렇다만 본질을 상실해버리고 팽개쳐있는 까마중 몸통은 인간의 본성을 미처 점치지 못한 신의 실수일까? 시인의 작품 “까마중”을 통해서 굳이 자연과 인간을 접목해야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짝사랑과 첫사랑 사이의 여백처럼 아니 빈칸처럼 괄호 안에 두고두고 가장 알맞은 답을 채워가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이빨은 까맣게 웃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글: 송병호(시인/문학평론가)

 조성춘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성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