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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을 내주는 건 옆구리에서 시작된다고 해요

곁을 내주는 건 옆구리에서 시작된다고 해요                 
                                                                    
                                                       이정훈

나무는 구름이 쏜 화살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그들의 과녁을 우린 숲이라고 발음하곤 하죠//
과녁 속에는 곁이 있어요
서로의 옆구리를 향해 날카롭게 팔을 뻗지만
아무런 말없이 그저 내어주고 있죠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전 당신의 옆구리를 가졌다는 걸 알게 돼요//
당신의 배에 비행운을 남기던 날을 기억해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머리부터 조심스럽게 내밀며
혹시 제가 당신에게 날카로운 존재는 아닐지 걱정했죠
여전히 그때 기억을 배꼽에 담아두고 있어요//
사 월
화살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죠
누군가의 옆구리에 남긴 비행운에 대해 사과하듯//
사 월
당신에게 줄 꽃을 꺾으려다가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마음대로 꽃의 이름을 지어주는 그런 날이에요
 
 
[작가소개]
2020 김포문학 시부분 신인상 수상, 김포문인협회 회원,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에 있다
 
[시향詩香]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고 벅찬 작품을 대한다. 탄생! 말 그대로 탄생은 경이롭다. 신비하다. 무형에서 유형으로 진화해가는 계절의 시차, 그 사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렇게 유년으로 온다. 어머니 육신에 내려앉은 비행운은 너무 하얘서 초록이 되었다. 시인은 옆구리를 열고 새순을 띄우는 과정을 탄생의 경이로움으로 형상화한다. 애리한 직관이 그야말로 날카롭다. 또한 내 어머니의 옆구리를 통한 배꼽은 어쩌면 나는 ‘당신에게 날카로운 존재가 아닐지’ 미안해하고 감사하는 헤아림, 그 꽃은 사월의 탄생화다. ‘당신에게 줄 꽃을 꺾으려다가/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젊은 시인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못해 가슴을 찌르는 화살 꽃으로 숲에 안긴다. 문득 오래전 세월호의 아픔을 엿보게도 한다. T.S 엘리엇은 사월을 왜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황무지에서 꽃을 피워내는 희망의 계절인 것을...
글 : 송병호 (시인/문학평론가)

이정훈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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