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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고향  

                      영혼의 고향                    
                                                                    
                                                    이준안(1948~2020)

진실로부터 영혼이 태어날 때 허공을 물려받습니다
영혼이 자라는 만큼 허공도 큽니다
영혼은 그 허공을 수족삼아
영혼 속에 뿌려진 씨앗을 품어 키웁니다
영혼은 선행도 하고 악행도 합니다
영혼은 허공 속에서 희로애락에 빠져도 봅니다
영혼의 삶을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허공이 낡거나 파괴될 때 진실은 영혼을 거둡니다
영혼이 떠난, 영혼을 잃은 허공은 그저 허공일 뿐입니다
그 허공은 뭉그러져 깊숙한 산속, 낙락장송 곁에 묻힙니다
낙락장송은 영혼이 살던 허공의 무덤일 뿐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구저 없음의 고향일 뿐입니다
 
그곳이 내 영혼의 고향입니다
 
<詩쓰는 사람들> 동인시집 [모담산, 그 둥근 빛의 노래]에서
 
이준안 (1948~2020) 김포예총회장, 김포문인협회회장, 김포시산림조헙장 등을 역임하셨다. 월간 [한국시], [한국농민문학]으로 등단, 동인 <詩쓰는사람들>과 인간적, 문학적 우정을 차곡차곡 쌓으시다가 지난해 시월 홀연히 천국으로 이주하셨다. 동인시집 [골드라인, 먼 곳을 당기다] 등 여러 작품집을 남기셨다.
 
[시향詩香]
[영혼]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의 넋”,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 “신령하여 불사불멸하는 정신”(기독교), “육체밖에 따로 있다고 생각되는 정신적 실체”(불교)라고 적었다(네이버). 시인은 어쩌면 태어나서부터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문득문득 자아의 세계를 예지적 성찰로 경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여정이 알파와 오메가, 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데 시인은 무형으로 존재하는 실체에 고뇌한 흔적뿐만 아니라 그 난해한 미스터리에 순응이라는 해답에 이른다. “내 영혼에 햇빛비치니 주 영광 찬란해/ 이 세상 어떤 빛보다 이 빛 더 빛나네”(찬428). 선생님 편안히 쉬세요. 어쩌다 짬나시거든 “잘 있다”고 안부 한 말씀 전해주세요.
글 : 송병호 [시인/문학평론가]

이준안(1948~2020)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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