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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문

                         방 문                                                 
                                                                    권혁남
 
당신은 돌의자에 앉아서 웃습니다
아파트 정문으로 양손에 짐을 들고 걸어오는 노부부
한껏 차려입은 옷태에서 꽃향기가 납니다
잠깐 짐을 내려놓고 평평하지 않은 돌 위에 몸을 부립니다
봄 무처럼 바람이 숭숭 들어 있을 것 같은 무릎을 쓸어내립니다
무릎 안에도 꽃향기가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볕 좋은 나무 아래 고양이가 늘어져
노부부의 대화에 귀를 기울입니다
사람들은 아직 겨울을 입고 있어 검고 무겁습니다
발을 옮기지 못한 딱딱한 눈 더미가  담벼락 밑에
걸음을 붙잡고 있습니다
보자기에 싼 음식 온기가 촉촉하게 젖어 내립니다
노부부의 대화가 봄볕에 쪼글쪼글해지는 시간입니다
 
당신들은 돌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더 웃었습니다
 
 
[작가프로필]
월간 [시See] 추천으로 등단, 김포문인협회 회원, 김포문학상 우수상, 헤아리 여성백일장과 마로니에 여성백일장에서 입상했다. 김포문학 등에 작품
 
[시향詩香]
가장 춥다는 소한이지만 바람 없는 볕은 봄을 손꼽는 버들강아지 뽀송한 살결 같다. 햇볕에 익어가는 따뜻한 대화, 그래서 노부부의 잠시의 쉼은 화려하진 않아도 은근한 구들장 맛이 난다. 어쩌면 바람 숭숭한 무 같은 생, 홀연 어느 벤치의 노을 비낀 삭연함이 더 쓸쓸하게 느껴질 삶의 끝자락, 하지만 잊힌 듯 더 또렷한 추억처럼 그래서 노부부의 동행이야말로 그윽한 향기가 아닐까? 남남으로 만나 평생을 동행 해로한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손님으로 오시는 당신, 손님으로 맞이하는 당신, 신뢰의 바탕이다. 노부부의 시간은 비록 짧게 느껴질지 몰라도 긴 여정 가운데 한 정점일지도 모른다. 평생 피차 방문이라는 가볍지 않은 무게와 잔잔한 여유야말로 햇살에 곧 사그라지고 말 눈 더미에 비할까? 자식 사랑에 정성을 담은 식을 수 없을 보자기와 방문지의 문패는 그만으로 축복이다. 코로나19로 새해가 새해 같지 않다. 이참에 가족이나 친지, 혹 지인에게 안녕하신지 안부 전화라도 넣어드리면 얼마나 고마워할까?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글 : 송병호 [목사/시인]

권혁남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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