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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빈 집                                  
                           
                                        설현숙
 
모퉁이를 돌아 외딴 마을 첫머리
군데군데 헐은 자국이 선명한 빈집 하나
칡넝쿨이 담장을 에워싸 둘렀다
 
어느 날 오후 다시 찾은 그곳
언제 헐어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양양한 기세로 지경을 넓힌 칡넝쿨
짐작이나 했을까 넝쿨에 묻힌 것을
흔적을 지워버린 잎잎들
바람결에 뚝 시치미를 뗀다
 
숨바꼭질하듯 참새 몇 마리
재잘재잘 내려앉은 빈집
 
 
[작가프로필]
김포문인협회 회원으로 김포문예대학 문예창작과정 17-19기를 수료했다. 제24회 김포시백일장대회 차하수상, [글샘] [김포문학] 등에 작품발표
 
[시향詩香]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시골 풍경을 마주하지만, 요즘 우리네 주거환경은 농촌이나 도시나 함께 공존한다. 도심에도 반듯한 아파트 틈새, 오래된 기와집이나 혹은 낡은 단층집들이 주변 가까이에 있다.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모나지 않게 살아간다. 정 좋은 부부가 딸 낳고 아들 낳고 몇 뼘 남짓 텃밭 일구며 옹기종기 살았을 안식처, 정다운 사람들은 어디 가고 잡초만 무성한 빈집으로 남아있다. 시인은 측은한 시선으로 날마다 진화해가는 도농의 현재를 빈집을 통해 시차를 바라본다. 어쩌다 윗세대, 빛바랜 사진첩이라도 대하면 흑백사진 속에 모두가 욕심 없이 살던 아담한 초가나 양철지붕의 풍경, 그만으로 정겹다. 성탄이다. 코로나19로 마음의 빈집이 늘어난 2020년 세밑,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가 한가득 깃들기를 기도한다.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설현숙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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