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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42>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이화우(梨花雨) 흣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함께 감상하기>
 
이 시조는 계낭의 작품으로 ‘배꽃이 흩날리던 때에 손잡고 울며 헤어진 님, 가을 바람에 낙엽지는 것을 보며 나를 생각하여 주실까? 천리 길 머나먼 곳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라는 내용의 시조이다.
 
노래와 거문고와 한시에 능했던 전북 부안의 명기 계낭이 한 번 떠난 후 소식 없는 정든 임 유희경을 그리워하여 읊은 노래이다. 배꽃이 비처럼 흩날릴 때의 이별의 정황, 낙엽 지는 가을날에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 멀리 떨어져 있는 임과의 재회에 대한 염원 등을 여성의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화우 즉 봄비과 추풍 낙엽, 가을낙엽을 대비시켜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임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심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애상적이며 여성적인 연정가이자 이별가이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는 임에 대한 그리움, 임을 그리는 마음으로 읽혀진다. 더운 공기가 서서히 식혀지고 아침과 저녁 바람이 점점 선선해 지며 마음 한쪽이 허전해 지는 계절이 온다. 그게 바로 추풍낙엽,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다. 그러면 옛 사랑이 생각나고 과거가 추억이 더 떠오르게 된다. 봄과는 다른 가을의 정취는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무려 천리(千里)이다. 고전에서 나오는 천리, 만리는 실재하는 거리가 아니다. 즉 물리적 거리가 아닌 심리적인 거리인 것이다. 봄에는 느끼지는 못하는 가을에 더 느낄 수 있는 이별의 거리인 것이다. 그만큼 이별의 거리가 멀고 외로움의 깊이가 깊다는 것이다. 요즘 누군가가 자꾸 그립다면 당신은 가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움의 대상이 꼭 남녀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 은사님이 그리울 수도 있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울 수도 있고, 멀리 떨어진 벗이 그리울 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이웃이나 친척이 그리울 수도 있다. 아니 봄에 피었던 벚꽃과 개나리가 그리울 수도 있다. 그리움의 대상은 얼마나 많을까. 그것이 우리네 삶인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 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그리워 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리움의 동물이다. 그리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적이다는 것이다. 인간적이지 않는 사람이 누구를 그리워하겠는가.
 
점점 가을이 익어간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열심히 그리워하자. 너무 그립다면 내 마음을 시나 편지,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떤가. 사람의 냄새가 점점 사라지는 디지털의 시대,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써보기도 하자. 사람다운 냄새, 가슴 속 그리움을 손끝 펜으로 옮겨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시 한편, 글 한편을 써서 그리운 이에게 보낸다면 당신이 계낭이고 누군가는 유희경이 되는 것이다.

편집국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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