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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익어 좋은 날

          가을 익어 좋은 날
                                               김순희
 
커다란 수채화 속을 거닌다
내 옆에 그대가 있으면
참 좋겠네
우리들 이야기 풀어 넣으면
멋진 비디오가 될 텐데
냉기 먹은 바람 한 자락에
흔들리는 수채화 한 점
붉은 물감이 번져 내린다
가을은 익어 뚝뚝 떨어지고
발갛게 물든 그리움
발끝에서, 서걱 서걱
 
[작가프로필]
2003년 [문예시대] 등단, 한국문인협회, 김포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부산불교문인협회, 밀양문인협회 회원, 시집 <차 익는 소리 들리는가?> <차 한 잔 우려 두고>가 있다
 
[시향詩香]
햇살이 유난히 맑은 가을, 이른 아침 드문드문 적황색 이파리 몇, 펄럭이는 바람걸음은 밤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슬결정은 볕섶 사이 생명체가 있는 것처럼 반짝인다. 풍경이 그림인지 그림이 풍경인지 시야 기득 ‘커다란 수채화’ 한 점, 말 그대로 환상이다.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워서 사랑하는 그 누구인지 오래전 추억하나 펼쳐보는 ‘우리들 이야기’, 영상처럼 또렷하다. 살아오면서 살아가는 길, 때론 잔바람에도 흔들리고 하루 새 냉기에 움츠려도 봄의 씨앗이 가을 열매로 설명하는 것처럼 알곡과 쭉정이로 나눠지고 그리고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땅 아래 튼실한 뿌리로 자랄 것이다. 가을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본다. ‘가을 익어 좋은 날’, 필요 없을 만큼 다 갖춘 부자도 없고 아무것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는 너와 나 우리, 넉넉하진 못해도 이 좋은 계절에 빈말이면 어떠랴 손가락 하트라도 모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我門被此相愛).
글 : 송병호 [시인]

 

 김순희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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