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고전 속에 답이 있다】<36>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대쵸 볼 불근 골에 밤은 어이 뜻드르며,

벼 뷘 그르헤 게는 어이 나리는고.

술 닉쟈 체 쟝수 도라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함께 감상하기>

조선 세종 때 황희의 작품으로 ‘대추가 발갛게 익은 골짜기에 밤이 어찌 익어 뚝뚝 떨어지며벼를 벤 그루에 게까지 어찌 나와 다니는가마침 햅쌀로 빚어 넣은 술이 익었는데 체 장수가 체를 팔고 돌아가니 새 체로 술을 걸러서 먹지 않고 어찌하리.’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대추와 밤이 익어 저절로 떨어지고베 벤 그루에 게가 기어오르고담근 술마저 익었는데때마침 체 장수까지 지나가니 금상첨화(錦上添花)의 상황으로 어찌 술을 마시지 않겠느냐는 시상 전개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글이다이렇게 술이 소재로 나오면 고전 운문의 대부분이 풍류적낭만적 성격의 글로 보면 큰 무리가 아니다늦가을 농촌 생활을 통해 농촌 생활의 풍요로움과 흥겨움을 주제화하고 있다.

 이제 곧 가을이다예전의 가을 즉 평온하고 풍요로운 계절술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가을이 다시 돌아올지에 대해서는 현재 미지수다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나는 잘 살고 있는가우리는 잘 사는 것일까이런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진다우린 정말 잘 사는 것일까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때이다.

 사실 위 시조의 초장부터 중장종장을 음미(吟味)하면서 오늘 날과 비교대조해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오늘 우리가 잘 살고 있는지제대로 살고 있는지 그 질문의 답이 보인다초장에 대추가 익어가는 골짜기가 지금 얼마나 있는가밤이 뚝뚝 떨어지는 골짜기가 있일까사실 이런 자연의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은 시간을 두고 계획을 하여 찾아 나서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그리고 벼를 베고 난 논에 게가 다니는 풍경은 이젠 찾아봐야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예전의 영농법을 찾아 자연친화적인 농사를 지으려는 분들이 일부 있지만 이제는 예전의 글이나 그림 속 풍경에나 있는 찾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그리고 집에서 담그는 술체 둘러메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며 팔 던 체 장사꾼은 지금 없다그런데 단순한 이런 풍경이 사라진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이것을 대체한 지금 우리 삶의 풍경은 어떠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각박하다무엇에 쫓기며 산다이기적이다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싸우며 살고 있다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에 의존해 편리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네 삶의 풍경이다냉철한 반성과 살핌 즉성찰(省察)이 필요하다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가혹할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선물을 주셨다코로나19마스크를 쓰고 묵언 수행을 하며고백의 시간을 갖고 마음과 손을 깨끗하게 씻고 또 씻자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당신과 우리를 생각하자즉 운명공동체 의식을 다시 품자지금 우리는 의식의 재정립이 필요할 때이다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강현 시의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방랑자 2020-09-04 20:03:00

    대한민국엔 희망이 있다   삭제

    • 황현주 2020-09-02 13:08:48

      맞이할 가을은 마음껏 웃을수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지금 고통분담을 기쁘게 하고있습니다
      왜냐구요? 곧 웃을날이 올것을 확신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