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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적응(時差 適應)
   
▲ 한익수 소장

나는 비교적 해외에 자주 나가는 편이다. 회사 다닐 때는 회사 일로 출장이 잦았고, 정년 후에는 자녀들이 외국에 살다 보니 자주 나가게 된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비행기를 타면 항상 현지에 도착해서 시차 적응에 애를 먹는다.

특히 체류 기간이 짧을 때는 시차 적응이 되기도 전에 귀국해야 하니 피로가 겹칠 수밖에 없다. 이번 캐나다 방문은 체류 기간이 좀 길어서 새로운 시도를 한번 해보았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안 자고 버티면 현지 도착 후 첫날밤부터 잠이 잘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용케 안 자고 버텼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까지 비행시간이 9시간 30분,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1시간 30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총 15시간 정도를 자지 않고 버틴 셈이다.

캘거리에 도착하니 온몸이 처지고 정신이 몽롱했다. 밤에 잠을 청하려고 하니 머리만 띵하고 잠은 오지 않았다. 잠을 설치고 아침이 되니 피곤이 겹쳐서 입술이 부르텄다. 결과적으로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

시차 적응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보았다.“시차장애는 현지의 낮과 밤 주기가 우리 몸의 수면 각성 관련 생체주기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시차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잠을 못 이루거나 잠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불면증, 낮 동안의 심한 졸음, 피로감, 집중력 저하, 전반적인 불쾌감, 두통, 위장장애 등입니다. 시차장애의 가장 좋은 치료는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차장애로 인한 모든 증상이 해결됩니다.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의 시차에서는 문제가 안되지만 그 이상에서는 한 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통 하루가 걸립니다.

예를 들어 7시간의 시차가 있으면 7일의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그리고 시차장애를 가급적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출발 3~7일 전부터 미리 도착 장소 현지시간에 맞춰 하루에 1시간 정도씩 수면각성 리듬 적응 훈련을 할 것.  둘째, 비행기 안에서도 가능한 한 도착 장소 현지시간에 맞춰서 생활할 것.  셋째,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 섭취를 조절할 것. 즉 현지시간 기준으로 낮에 카페인을 섭취하고, 잠들기 5~6시간 전에는 카페인 섭취를 금할 것.                                                                                                                                                                            

넷째, 빛을 적절히 이용할 것. 동쪽으로 갈 때는 오전부터 빛을 보는 것이 좋고, 서쪽으로 갈 때는 오후 늦게까지 빛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섯째, 현지에서는 낮 동안에 가능하면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 특히 긴 시간의 낮잠은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 이런 글이 나온다.“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다.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고,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다.” 나이 드는 것을 서러워 말고 순리대로 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차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인데, 현지에 도착해서 특별히 할 일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시차 적응을 하려다 입술만 부르튼 것을 생각하며 혼자 속으로 웃었다. 시차 적응이든 인생 적응이든 나이 들수록 무리하지 말고 모르면 배워 가면서 순리대로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고, 구름은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낮은 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철새도 계절을 무시하지 않는다.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면서 순리대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노년을 대하는 삶의 태도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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