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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한익수 소장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볼 적마다 느끼는 것은‘이 세상에는 정말 정직한 사람이 많지 않구나!’하는 것이다. 많이 배우고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 중, 일차적인 인사검증을 거친 사람들이 이 정도다.

인사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후보자들의 전문성, 업무수행 능력보다는 도덕성이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과거의 발언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들을 용케도 잘 찾아내어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많은 부조리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해도, 대부분 후보자들이 그대로 임명되곤 한다. 후보자들에 대한 개인 신상을 어떻게 이렇게 소상하게 찾아내는지도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들 가운데도 숨겨졌던 과거의 비리 문제가 발견되어 그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유명한 속담 중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이 있다. 항상 말 조심을 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속담이다. 중국 후한의 청백리 양진(揚震)의 일화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어느 날 양진에게 누군가 찾아와 “어두운 밤이니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하며 황금을 뇌물로 바치려 했다. 이때 양진은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당신이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냐(天知神知我知子知)!”라고 하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이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비밀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과거에는 당사자와 새나 쥐만 조심하면 비밀 유지가 가능했는지 몰라도 지금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몇 해전 미국의 한 쇼핑몰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고객이 고객 사무실에 난입하여 쿠폰 다발을 흔들며 소란을 피웠다.“내 딸이 우편으로 받은 쿠폰들이다!”그 남성은 격분하여 외쳤다.“그 아이는 아직 학생이야. 그런데 당신들이 아기 옷, 아기 침대 쿠폰을 보냈어. 이게 뭐 하는 수작이야? 임신하라고 꼬드기는 거야, 뭐야?”고객서비스 직원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일화는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며칠 후 쇼핑몰 직원이 재차 사과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그 남성은 미안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내가 딸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내가 모르는 몇 가지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8월에 아기가 태어난다는군요.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 해요.”이 일화는 오늘날 대형 유통회사가 고객의 사생활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따르면 그 회사는 25가지 상품을 기준으로 삼아“임신 점수”를 계산한다고 한다. 젊은 여성이 갑자기 향내가 없는 보디로션을 사고, 아기용 담요를 사고, 영양 보충용 아연 정제와 마그네슘 정제를 사면 그녀의 임신 점수는 급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개인의 일상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곳곳에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모든 국민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지니고 다닌다. 내가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나 메시지 내용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다.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이 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인간이 지배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알고리즘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직한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으면 인간은 결국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가 현실화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인간의 도덕성과 정직성이다.

우리 민족의 스승이신 도산 안창호 선생은“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꿈속에서라도 정직을 잃었거든 뼈저리게 뉘우쳐라. 죽더라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앞으로는 점점 더 정직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설 자리가 없는 투명한 스마트 사회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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