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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로 글 쓰는 기쁨
   
▲ 한익수 소장

“여보, 만년필 잉크가 다 떨어져가네. 주문해야겠어.” “벌써 다 썼어요? 구입한지 얼마 안 되는데! 이젠 만년필 그만 쓰고 볼펜으로 써요. 잉크 값도 만만치 않아요.” 나는 만년필 잉크가 떨어지면 아내에게 구입을 부탁하곤 한다.

내가 만년필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는 꾀 오래되었다. 1995년 대우자동차의 세계경영 일환으로 해외 공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할 당시 나는 구 소련, 우크라이나로 발령이 났다. 현지에 공장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부 공장장이었던 현지인 예브도키멘코씨가 나에게 파카만년필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 만년필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잉크 카트리지만 교환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 초 한국에서는 사무실에 컴퓨터가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우크라이나에서는 컴퓨터 대신 모든 서류를 대부분 수기로 작성하던 시기였다.

그때는 주로 중요한 문서 서명하는데 만년필을 사용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만년필 사용 빈도가 늘었다. 나는 글을 쓸 때 소재를 수집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는 만년필을 사용하고 글을 완성할 때는 교정, 수정이 편리한 컴퓨터 자판기를 사용한다.

지금은 집을 나오면서 핸드폰을 놓고 나오면 그냥 가는 경우가 있어도 메모수첩이나 만년필을 놓고 나오면 다시 들어가서 가지고 오곤 한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 컴퓨터, 핸드폰이 생기면서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물이었던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나는 만년필이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만년필로 아침 일기를 쓴다.

머리와 마음의 생각이 모아져 피가 흐르듯 펜 끝에 전달되어 종이 위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서걱거리는 소리는 영혼의 소리이다. 만년필은 글을 쓰는 단순한 도구일지 모르나 볼펜이나 컴퓨터 자판기로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손과 머리가 연결되어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이 모아지는 느낌을 자아낸다. 기도를 컴퓨터로 할 수 없듯이 아무리 디지털 시대, 속도의 시대라고 할지라도 깊은 생각을 모으는 도구로서는 만년필만 한 것이 없다. 만년필은 나의 우직한 친구이다.

말은 없어도 항상 나와 함께하며 내 생각을 남에게 전할 때 충실한 비서 역할을 한다. 많은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잉크만 넣어주면 만족한다. 만년필을 손에 잡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내 주변에 만년필만 한 친구 몇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사람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의 명언이다. 행복연습은 내 주변에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 주변에 있는 것들에서 기쁨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밖에서도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내 주변에 있는 것이 행복 연습의 도구들이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 책장 속의 책들, 벽에 걸린 한편의 그림, 피아노, 베란다에 놓인 화분, 창밖에서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느티나무, 파란 하늘, 모두 기쁨의 대상이다. 작은 기쁨들이 모이면 큰 기쁨이 되고 작은 행복이 모이면 큰 행복이 된다.

항상 감사와 긍정의 마음으로 나와 가까이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는 만년필을 손에 잡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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