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건강도 생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포시 북변동에 사는 주부 A씨(41)는 자원봉사점수를 받기 위해 미세먼지를 마시며 추위 속에 떨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사려 깊지 못한 어른들의 판단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A씨의 큰 아들 B군(15)과 그의 친구들은 136자원봉사센터와 연동된 김포시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김포시민축구단이 홈 개막전에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을 보고 지난달 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B군과 친구들은 지난달 24일 김포공설운동장(사우동)에서 열린 김포시민축구단의 '2018. K3 어드밴스 리그' 홈 개막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운동장 청소 등의 행사보조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가 열린 이날 김포시 사우동 지역은 오전부터 불기 시작한 찬바람에다, 미세먼지 농도도 오후 늦게까지 10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면서 '나쁨'단계가 지속됐다.
 
B군과 친구들은 이런 기상조건에서 자원봉사 모집 안내에 맞춰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후 1시 운동장에 집결해 6시까지 꼬박 5시간 동안 운동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자원봉사 점수를 얻기 위해 개막전과 뒤풀이 행사인 경품추첨,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자들의 기념사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추위와 미세먼지를 버텨야 했던 이들이 인정받은 봉사시간은 3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 2시간은 응원과 관람으로 간주돼 봉사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들이 응원과 경기 관람을 위해 지원봉사를 신청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아이들이 운동장 밖으로 나지 못하게 자원봉사 시간을 정해 놓고 나머지 시간을 응원과 관람이라고 3시간만 인정하는 것은 자원봉사를 명분을 내세워 개막전 홍보를 위해 빈 관람석을 채우려고 아이들을 동원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포시민축구단은 이날 '2018. K3 어드밴스 리그' 홈 개막전을 앞두고 행사보조와 운동장 청소를 위해 관내 중·고등학생 1000명을 136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모집했다.
 
이날 B군 처럼 개막전에서 행사보조와 운동장 청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모두 3시간의 봉사시간만 인정됐다. 
 
김포시민축구단 관계자는 "축구단 홍보와 우리 팀 응원, 축구 붐을 조성하려다 빚어진 일 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 김포시민축구단을 관리하는 김포시가 축구단에 재발 방지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김포시장을 구단주로 창단된 김포시민축구단은 이날 개막전에서 2500여명이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주시민축구단을 5대0으로 누르고 올 첫해 첫 승을 따냈다.

권용국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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