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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 꿈이 성장하고, 글을 쓰면 꿈이 이루어진다.한익수 RBPS 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내가 노트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초등학교 이학년 때부터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교과서 없이 공부를 해야 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교과서를 구입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옆자리에 앉은 짝의 교과서를 함께 보며 공부를 했지만, 책이 없으니 숙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교과서를 만들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짝을 만나서 교과서를 베껴가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주말에 책을 빌려서 밤새워 일주일 공부할 분량을 베꼈다.

처음에는 내용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엉성하게 베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숙달이 되어 이제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교과서 원본과 유사할 정도로 책을 만들 수 있었다. 일주일 분량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쓰다 보니 자연적으로 예습을 빼먹지 않고 하게 되어 학교 성적도 올랐다. 덕분에 그 해 연말 모의고사에서 전교에서 일등을 차지해서 표창장도 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글쓰기를 또박또박하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일기 쓰는 습관도 생겼다. 그 후로 글씨가 늘어서 글씨를 잘 쓴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당시는 모든 글씨를 펜으로 직접 써야 했던 시절이라, 글씨를 잘 쓰면 유리한 점이 많았다.

군에 입대해서도 주특기와 상관없이 행정병으로 차출되어 부대의 차트를 도맡아 썼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공부를 좀 더해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학교에 부임한지 한 달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교무회의 때 교장선생님께서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극찬을 해 주셨다. “한 선생은 학교에 부임하신 지 이제 한 달도 채 안되었는데, 어떻게 칠판에 판서를 그렇게 깔끔하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편생활을 오래 하신 분 같아요.” 얼굴이 화끈했다. 키가 크신 교장선생님은 시간이 날 적마다 교실을 돌아보며 복도에서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를 살피곤 하셨다.

그 후 사정에 의해 학교를 떠나 기업체에 들어갔지만 가르치는 것에 대한 꿈은 접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글씨 때문에 일이 많아졌지만 유리한 점도 있었다. 한 번은 유능했지만 글씨 때문에 항상 애로를 겪던 상사 한 분이 있었다.

“한 과장, 내가 한 과장만큼만 글씨를 썼어도 아마 벌써 임원 진급을 했을 거야." 그 후로 그분이 임원 진급 할 때까지 위에 보고되는 중요한 문서를 대필한 적도 있다. 중역이 되니까 부하직원이 수 천명이 되었다. 나는 직원들을 단순하게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와는 다르지만 회사에서도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교육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원 포인트 레슨’이다. 일주일에 한 장씩 자료를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메일로 배포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니까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직원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졌다.

매주 글을 써야 되니,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고 메모하는 습관도 생겼다. 기록하고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공부다. 이렇게 수 십 년을 하다 보니 노트가 쌓이고,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생겨, 별도로 글쓰기 공부를 해본 경험이 없는 내가 두 권의 책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비록 교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년 후에도 글을 쓰고 기업이나 대학에서 특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쉬웠던 것은 학창시절에 책을 마음껏 못 읽었던 것이다. 그때는 등록금 벌기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나마 못다 읽은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말을 듣는 것은 말을 하기 위한 것이고, 책을 읽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스토리가 있다. 이를 책으로 엮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사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이다.

역경 뒤에는 선물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과서를 베껴서 공부해야 했던 어려운 환경이 나에게 준 선물은 글 쓰는 습관이었다. 글을 읽으면 꿈이 성장하고, 글을 쓰면 꿈이 이루어진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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