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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어버린다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내가 태어난 곳은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강화도 고려산 밑이다.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 놓곤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어떤 날은 들판에 나가 소 풀을 먹이고, 어떤 날은 뒷산에 올라가 땔감을 해 와야 했다. 해 지기 전에 숙제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무를 하러 고려산 등성이에 오르면 넓은 허점 벌이 내려다보이고, 맑은 날이면 멀리 서해바다와 작은 섬들도 보인다. 

고려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좋고 나무가 그득하여 계곡에서 동네로 흘러 내려오는 개울에는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았다. 한 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땔감을 한 지게 해놓곤 하산하기 전에 시원한 계곡물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하고 나면 바람도 시원하다. 

해가 중천에 있는 날은 가재를 잡으며 잠시 놀기도 한다. 가재는 돌 틈에서 놀다가 인기척이 나면 슬금슬금 돌 밑으로 숨어버린다. 가재를 잡으려면 돌을 살그머니 치운 다음 도망가기 전에 잽싸게 잡아야 한다.

가재를 잡으려고 돌을 치워 버리면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사라진다. 시냇물 소리는 돌 틈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돌들과 부딪치면서 생기는 소리이다. 

서양 속담에‘흐르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흘러가는 시냇물의 아름다운 소리는 곳곳에 박혀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돌들 때문에 생긴다는 뜻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사회에 나와 함께 어울려 살지만 자라 나온 환경은 각각 다르다. 인생의 밑 바닥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역경을 거쳐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난 사람들도 있다. 

카프만 부인이 쓴 <광야의 샘>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짤막한 이야기가 있다. 한 번은 카프만 부인이 테이블 위에다 고치를 놓고 거기서 나비들이 동그랗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 것을 관찰했다.

고치 속에 있는 나비가 동그랗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데 구멍은 좁고 나비의 덩치는 크니까 그 구멍으로 빠져나오는데 무척 힘든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한 나비가 고치 구멍을 빠져나오려 할 때 부인은 조그만 가위를 가지고 있다가 고치 구멍을 찢어서 넓게 만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그 나비가 금방 나와서 윤도 나고 덩치도 크고 해서 좋아했다.

얼마 후 다른 나비들이 고치 속에서 나와 날기 시작했다. 그런데 좁은 구멍으로 힘들게 나온 나비들은 훨훨 잘도 날아가는데, 구멍을 넓게 뚫어 주어 나온 그 나비는 날지 못하고 안타깝게 날개만 파닥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도 이상해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 자연적으로 나온 나비들은 좁은 구멍으로 나올 때 날개가 많은 시련을 겪기 때문에 날 수 있는 큰 힘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많은 돌부리를 헤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변화와 어려움들이 우리를 단련시키고 성숙하게 만든다.

계곡에 여러 모양의 돌들은 물이 흐르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로 보이지만, 그 돌들을 치워 버리면 냇물은 노래를 잃어버린다. 우리 인생의 흐름에서도 역경과 고난이라는 걸림돌을 모두 치워버리면 다양한 삶의 아름다운 추억을 잊어버린다.

역경을 이겨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앞에 놓인 걸림돌들을 거스르지 말고 물 흐르듯 순리대로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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