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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한익수 RBPS 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 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7.09.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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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익수 RBPS 경영연구소 소장

담 높이를 보면 이웃간의 마음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담장은 삶의 범위와 영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전통담장은 돌담 또는 토석 담으로 되어 있었다.

이웃집의 장독이 보일 정도로 높지 않아 아낙네들이 빨래를 널면서 서로 쳐다보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담장의 높이가 부의 상징인 시대가 되었다.

지금도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남동이나 성북동에 가보면 장벽을 연상할 정도로 담장이 높고, 그것도 부족해서 담장 위로 철조망을 설치한 집들을 볼 수 있다.

개방된 사회인 유럽이나 미국의 전형적인 가옥은 대부분 전면에는 담장대신 잔디가 있고, 뒤편 정원에는 낮은 망이나 나무를 심어 경계선을 나타내고 있다. 

폐쇄된 사회일수록 담장이 높다. 1997년 소련의 위성국가로부터 분리독립 된지 얼마 안 되는 우크라이나에서 몇 년간 주재근무 한 적이 있다.

처음에 가서 사무실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사무직원들이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독방을 차지하고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임원 방에는 이중 문이 있고, 방을 비울 때는 자물쇠를 두 개씩 잠그곤 했다. 비밀유지가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벽을 없애고 통합사무실로 만들기 위해 현지인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사무실 환경을 보면 그 회사의 기업문화를 알 수 있다. 직원들 간에 의사소통이 잘되는 회사에 가보면, 책상 주위에 있는 칸막이 높이부터 낮다.

임원 방의 문은 항상 열려 있고, 회의 탁자도 라운드테이블이다. 사무실 문을 개방하는 것은 언제나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고, 라운드테이블은 대화할 때는 서로 직위를 의식하지 않고 의견을 말해도 된다는 뜻이다.

국경선도 가지가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는 국경검문소가 119개소나 되는데도 국경선에는 별다른 담이 없다.

반면에 멕시코와의 국경선에는 현재도 담이 있으나 불법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트럼프 장성)을 쌓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경선에는 삼팔선을 중심으로 4km정도의 공간에 DMZ이 있고, 남 북방 한계선에는 높은 철조망과 함께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지금은 스마트사회이다. 통합, 융 복합, 통섭(通涉)의 시대이다. 혁신은 소통문화에서 만들어진다. 폐쇄된 벽 문화, 칸막이 문화에서는 소통과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서는 소통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몸도 피가 원활히 흐르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생기는 것처럼, 소통이 잘 안 되는 조직은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웃 간의 담, 아파트 단지간의 담, 관공서의 담, 없거나 낮을수록 소통에 도움이 된다. 담 없이도 살 수 있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이다.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미국의 자연시인 프로스트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내 집의 담이 높으면 다른 사람들이 들여다 볼 수 없지만 나도 밖을 내다 보기 어렵다.

국가간의 국경선을 보면 서로 우호관계를 알 수 있다. 이웃간의 담 높이를 보면 서로간의 신뢰 정도를 알 수 있다. 사무실의 칸막이 높이를 보면 기업문화를 알 수 있다.

담의 높이에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신뢰사회, 개방사회 일수록 담 높이가 낮다. 좋은 담이란 담 높이가 적당한 담이다. 담이 너무 높으면 소통을 막고, 담이 너무 낮으면 경계가 무너질 염려가 있다.

부부지간, 형제지간, 친구지간에도 마음의 담이 너무 높으면 신뢰에 금이 가기 쉽고, 담이 너무 낮으면 프라이버시가 무너지기 쉽다.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한익수 RBPS 경영연구소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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