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전에 직장에서 RBPS(환경품질책임제)혁신활동을 함께 열심히 하던 김이사가 있었다. 김이사는 누구보다 솔선수범을 통해 RBPS혁신시스템이 조직내에 뿌리 내리도록 하는데 많은 기여를했다.

RBPS혁신활동의 중요한 툴 중 하나가 개선지도(RBPS MAP)이다. 작업장마다 책임관리구역이 표시된 개선지도가 비치되어 있다. 직원들은  시업전 청소하면서 찾아낸 문제점이나, 작업중에 발견한 문제점들을 개선지도에 표시해서 등록후 개선활동을 추진한다.

전 직원들이 주인정신을 가지고 품질문제, 설비문제, 안전문제 등 모든 문제를 매일매일 찾아내어 개선함으로써 문제 없는 일류공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웅덩이에서 고기를 잡을때 그물이 필요한 것처럼, 공장내의 모든 문제와 낭비요소를 찾아내어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알비피에스 맵(RBPS MAP)이다.

김이사는 현장에 산재되어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상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습관화 되다보니,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이 체질화 되었다.

김이사에게는 올해 고3인 외동딸이 하나 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게 잘 자라서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어느날 회사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이다.

아빠가 퇴근할때면 공부하다가도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주던 딸이 안보인다. 아내에게 ‘경숙이 어디갔어?’아내의 표정이 침울하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말해봐, 무슨 일이야?’아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글쎄 오늘 경숙이가 중간고사 성적표를 가지고 왔는데, 형편 없어요. 20점이나 떨어졌어요. 입시가 얼마남지 않았는데 큰 일이예요. 불러서 따끔하게 야단 좀 치세요.’

이런 문제가 생겼을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김이사는 외투만 벗어 던지고 급히 딸 방으로 갔다. 경숙이는 책상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훌쩍이고 있다.

이미 엄마에게 한바탕 야단을 맞은 모양이다.‘너 웬일이야, 항상 90점 이상을 맞던 네가 70점이라니, 야단 맞을만하지. 공부방이 엉망이구나! 아빠가 도와줄테니 청소 좀하자’ 그리고는 딸과 아빠는 한참이나 방청소를 함께 했다. 

책장, 옷장, 침구, 책상, 평소와는 다르게 산만한 상태였다. 청소를 끝내고 조용히 딸을 불러냈다. 청소를 하는 동안에 마음이 좀 가라앉은 것 같다. 청소를 하면 마음도 청소가 된다. 

‘경숙아, 아빠하고 차 한잔하자’ 어쩔줄 모르고 따라 나온 딸에게‘경숙아 너 요새 무슨 고민 있지? 아빠한테 털어놔봐, 아빠가 도와 줄께.’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딸이 울음을 터트리며 이야기 한다. 

‘아빠 나 죽고 싶어요, 공부가 안되요’‘무슨 일이야’‘사실은 아빠도 잘아는 영철이와 중학교때부터 서로 좋아 지냈는데, 글쎄 이제 그만 만나제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미칠 것만 같아요.’

김이사는 눈 앞이 캄캄했다. 대학입시가 눈 앞에 다가오는데 악재가 터진 것이다. 영철이는 김이사의 절친한 친구의 아들이다.‘그래? 그렇게 안봤는데 그놈 나쁜 놈이네. 알았어, 아빠가 영철이 아빠 만나서 한번 설득해 보도록 할게. 그런데 경숙아,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영철이도 생각이 달라질꺼야.

공부하려고 그만 만나자고 했겠지. 설사 그 아이와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대학에 들어가면 더 멋있는 친구들이 많아. 경숙아, 이제 힘내자. 오늘은 일찍 들어가 자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지?’

이런 상황에서 아빠마저 야단부터 첬다면 경숙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집을 나갔을지도 모른다. 어떤 문제가 발생되면 액션에 들어가기 전에 현상파악부터 해야한다.

현상파악이 안된 상태에서의 액션은 때로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어떤 문제든 현상파악과 원인분석이 잘 되면 문제의 70%는 해결한 거나 다름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서두르지말고 문제해결 다섯단계를 생각하며 하나하나 풀어 나가면 된다. 현상파악, 긴급조치, 원인분석, 대책수립 및 실시, 효과파악 및 생활화 이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 다섯단계이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병원에 가는 것이 긴급조치이고, 감기에 자주 걸리는 원인을 파악해서 저항력이 약해졌으면, 운동 등 평소 체력관리를 하는 것이 근본대책이다.

긴급조치로만 끝나면 문제는 항상 재발되게 마련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푸는 것이 행복한 삶의 지혜이다. 문제가 누적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머리가 무겁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사람의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거의 없다. 만약 그런 문제가 있다면 하나님께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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