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시론>자살과 방화

   
인기 연예인의 자살이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 심지어 일본 중국에서도 추모의 글을 띄운다. 그녀는 인기에서 제외된 것도 집안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가정도 유복한 편이고 남자관계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자세한 배경을 알지 못하는 한 섣부른 분석은 금기다. 고인의 인격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단서는 베드신 이후 매우 괴로워했다는 것이 그녀가 상당히 섬세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였음을 말해준다. 분석적으로는 초자아가 너무 강하여 도덕적 수준이 높은 경우 자신에게 흠이 되는 언행에 대해 과도하게 자책을 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지난해는 연예인보다 사회적 지도자급 인사들이 유난히 많이 자살을 했었다. 자살의 원인이 단순히 경제적 곤란이나 생계형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학자 듀카임은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등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이타적 자살은 살신성인이나 여러 사람의 권익을 위하거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살하는 경우로 최근 환경문제로 100일 단식한 지율스님의 경우가 해당될 뻔한 좋은 예이다.

이기적 자살은 자기 문제로 자신의 고통을 중단하고자 자살하는데 가족까지 동반 자살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대개 자살은 자신이 평소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문제들을 상대방이나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살에 선행하는 우울증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분노 감정의 축적으로 인하여 발병한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의 성격은 자기를 비하하고 대인관계가 의존적이며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격적으로는 내성적이고 강박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많다.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부모와의 사별 등 죽음이나 상실의 경험이 우울증과 연관이 깊고,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들이 우울증에 선행한다. 정신분석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분노를 이야기 한다.

치료받지 않는 병적 분노는 가까이로 자녀나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기 자신에게 표출하게 된다. 분노가 자신으로 향하면 자살이 되고 밖으로 향하면 방화와 폭력, 살인 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가장 고귀한 목숨을 끊고자 할 때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몸이 그렇게 고통스러우면 병원을 찾지만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정신과 병원을 찾는 것은 마음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수십 알 씩 약을 먹고 팔목을 긋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는다.

이 때도 위세척을 하고 팔목 봉합수술을 받고 정형외과에 입원하여 외상을 치료하고 만다. 몸이 얼마나 아픈지에 초점을 맞추고 정작 그 원인이 된 마음의 문제는 간과하여 자살 시도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살고 싶지 않고 죽고만 싶은 마음을 다스리려면 다양한 원인과 조건을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정신과 치료는 개인 상담과 함께 가족 상담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살의 배경으로 다양한 개인적 사유와 환경적 스트레스만을 보아서는 자살의 전체 모습을 다 보았다 할 수 없다. 자살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이면에는 사회적 편견이 도사린다.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나 기분 문제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는 시각, 정신과 치료는 미친 사람이나 가는 곳이라는 시각이 그 대표적 편견에 해당한다.

이 편견은 가족들이나 환자들이 치료 받기 꺼려하고 마음의 병은 숨기고 부끄러운 문제라고 여기게 만든다. 최근 일어난 정신병원 방화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음미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병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강제 입원 치료에 이르기 까지 겪었을 가족들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는다. 가족을 원망하고 병원을 원망하면서 자신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항변한다.

자살과 방화에는 마음의 병이 잠복되어 있다. 우울증도 병이며 위염이나 골절상처럼 치료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어디 우울증뿐이랴. 신경증이건 정신병이건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 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겠다.

최훈동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훈동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