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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는 만큼 본다

장릉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1년하고도 365일을 장릉산을 하루같이 돌면서 마음과 몸에 상쾌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날이 밝기도 전에 늘 그 길을 돌다보면 해가 뜨고 사람을 만난다.

아무 말을 안하고 스쳐지나가기도 하지만 ‘ 아 저이가 오늘도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은 그렇게 일상의 작은 확인이 된다. 조그만 강아지와 함께 다리를 유난히 절면서 다니는 이름모를 아저씨, 그리고 아내가 뒤에서 마구 잔소리를 하는 것을 들으며 재활의 걸음을 걷는 중년의 남성도 본다.

그렇게 며칠 나타났다 안보이는 이도 있고 한결같이 나타나는 이도 있지만 산은 늘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고 평가를 하지않는다. 산이 좋은 사람은 산에 오른다. 그리고 또 조용히 내려간다.

그뿐인가 15년을 하루같이 산에를 다녔다는 아저씨 한 분은 정확한 시간에 그 자리에 나타나곤 해서 난 그이의 별명을 “미스터 스텐다드”라고 이름지어 드렸다.
물론 나는 ‘무지개바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재활용매장에서 5천원에 구입해서 늘 입고 다니는 중고 스키복 바지 덕분이다.
사람들이 처음 산을 걷고 있는 나를 보았을때 보다 나는 6킬로그램이 늘은 상태다.
그렇게 하루 한 번씩 장릉산을 한 바퀴도는 것으로 나의 신선한 하루가 열리고 있다.

나무 사이를 걸을 때는 그들이 나를 바라봐 주고 힘을 주는 것이라 믿고, 공동무덤 사이를 걸을 때는 숙연하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며 걷는다. 일전에는 무덤사이를 걷다가 일하는 인부들을 보고 놀란데다 귀에 들리는 기괴한 소리를 혹시 이장하는 묘에서 들리는 관뚜껑 소리인줄 알고 심히 가슴떨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담력을 키우는 마음으로 ‘강하고 담대하라’ 속으로 외치며 걷노라니 어느날 그 소리가 전혀 무덤이 없는 근처에서도 나는 것을 알았고 딱따구리의 소리임을 확인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단 한번의 경험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그대로 믿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다고 의식을 정하고 보니 전혀 다른 것을 하나로 연결해서 각본을 만들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멀리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고 이른 아침 무덤에서 일하는 이들이 아마 관을 열고 있으리라는 의식이 현실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 일을 통해서 우리의 의식이 날마다 다른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더 믿게 되었다.

‘복 없다’는 의식을 자신에게 부여하면 늘 ‘복없는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걷다가 해가 떠오르는 장관은 나날이 새로운 에너지와의 만남이다.
나무 가지 사이로 그 자태를 드러내는 아침해의 모습은 날마다 구름과 기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정동진의 해맞이의 그 큰 감동보다 날마다의 이 다양한 감동이 결코 뒤지지 않음을 자부한다. 늘 큰 목표만을 정해놓고 이루려하면 호흡도 길고 힘이들지만 작은 행동은 기동력이 있어서 좋다.

남편은 장릉산을 돌며 늘 다람쥐쳇바퀴 돌듯한다고 재미없어하지만 1년 내내 벼르기만 하다가 못오르고 마는 이름난 산이 난 안 부럽다.

늘 아름다운 생각이나 실천은 내 주위로부터 시작되고 평화도 내게로부터 흘러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는 것 만큼 인식할 수 있고 그 인식을 고정화 시키기 보다는 늘 새로움으로 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새 생명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지금 밖에 부는 바람을 차가운 겨울처럼 느끼는 이도 있고 이미 그 바람속에 봄의 싹을 신선하게 호흡하는 이도 있으리라. 우리의 몸과 마음은 늘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믿느냐에 따라서 다른 변화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의 삶도 생각의 흐름에 따라 쉴새없이 흘러가는 흐름이 아닐까!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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