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마음으로 산다고들 한다.
“세상살기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통해 마음으로 극복하고 세상을 살아내야 함을 강조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한다. 난관에 봉착할 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에 마음을 다잡아먹고 일어서려는 안간힘을 얼마나 많이 쓰는가!또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상하고 어렵거나 이해 받지 못하면 내 마음 같지 않다고들 말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것일 수밖에 없고 저 사람은 아무래도 저럴 수밖에 없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노력하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인연이 없는 사람들로 무관심한다.
부부도, 지인도 그렇게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신음한다.
사람이 만남보다 헤어짐이 힘든 것을 어느 만큼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은 더 잘 안다.
만날 때는 기쁨이 조금씩 커가지만 헤어질 때는 큰산이나 바위 같은 아픔이 너무도 크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을 때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닫고 산다.
40대를 넘은 어느 여성이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무섭고 그런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이제는 지금까지 만나 온 사람들에 대한 관리를 하면서 살고 싶단다.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일수록 힘이 든다. 정말 마음껏 했는데 몰라줄 때 그렇고, 마음껏 해놓고 스스로 받는 상처의 크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전을 방해받기도 한다.
남 보기에는 허허 웃고 사는 사람들도 남 몰래 찔린 상처를 끌어안으며 묻고 살려는 사람들을 본다.
말수가 없는 이 가운데는 가슴에 한덩어리를 얹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마음이라는 것이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마음이라는 것이 좋을 때는 좋지만 결코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들은 그의 이야기와 마음이 전부인 줄 알고 매달리고 살고 있을 때 상대방은 저 멀리 가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에 다시 맞추어보면 그림이 안 맞기가 일쑤이다.
그런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잊고 산다.
그리고 변한 인심을 통탄해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사람의 마음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도 어느 마음도 온전하게 변하지 않는 마음은 없다.
아무리 마음으로 매어 달리고 애를 써보아도 안될 때 우리는 생각한다.
이제는 자신을 놓아버리자고.
내 마음조차도 물 흐르는 것처럼 그냥 흘러가게 하자고.
나도 그냥 놔두고 상대방도 그냥 놔두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게 담으려고도 내가 그 사람에게 담기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어떤 틀과 규격을 정하면 결국 사람은 만나기가 어려운 듯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마음을 다 믿지도 말일이다.
마음은 변하는 것, 결코 마음껏 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다른 상황이나 환경이 되면 그 마음은 옛것이 되는 것을 우리는 마음에 몸을 묶고 또 애 달아 한다.
유난히 안개가 잘 끼는 김포의 뿌연 새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 마음도 이렇게 형체가 완전하지 않은 신기루 같은 그 무엇 아닌가’라고.

유인봉<여성문화센터 공동대표>

유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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