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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어머니의 미소

팔순잔칫날 어머니의 모습은 순진한 아가의 미소처럼 그랬다.

아기의 그 맑은 웃음과 노인의 미소가 어쩜 그리도 닮을 수 있을까? 아마도 맑아진 마음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여섯남매와 그리고 뒤를 이어서 손자의 또 손자, 손녀들의 등장과 큰절을 받으면서 어머니는 환히 웃으셨다. 몸을 많이 쉬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서 어머니와 함께 한 자리에서 나는 다른 형제들 보다 감회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암수술 후에 아무리 효를 다한다고 하여도 부모보다 먼저 죽는 불효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고개를 들지 못하던 터였기때문이다.

부모의 은혜를 목이 매어서 부르지 못한이가 나만이 아니었다.남편은 장모님과 더불어 일찍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떠올라 또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다른 형제들도 여러가지 감회가 함께 어우러져 입으로는 노래를, 그리고 눈에서는 연이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팔순잔치라는 하나의 무대에는 어머니가 지나온 여러 세월과 자식들이 자라온 세월의  응축된 그림들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형식이 되고 있었다. 역시 내용은 형식을 통해서 빛나고 의미를 더하는것이 아닌가 한다.

친정오라버니가 그리도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맷고 살아왔는지 놀랐다. 일곱남매의 막내였던 어머니의 형제들은 이미 그자리에 아무도 없으셨다.

가장 가까운 이들이 어머니의 친정 조카들인데 이들도 머리카락이 하얀 할아버지들이다. 부모 형제, 남편, 자식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저세상으로 보내면서 저리고 아팠을 어머니의 가슴을 나는 감히 짐작만 할 뿐이다. 시절이 좋아서 오래 사신다고들 하지만 인생 팔십이 그리 간단한 것만이 아닌것은 틀림없다.

‘만약 내게 그런 일들이 다가온다면?’ 이라고 생각을 할라치면 두렵고 소름이 돋는다.
부디 나도 인생의 겁쟁이가 되지 않기를 소원하지만 팔십년을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은 모두 겪으셨으면서도 생명을 이어오신 어머니의 인생이 평범하지만 훌륭한 삶이었음을 깊이 느낀다.

난 늘 어머니가 살아가시던 삶이 왜 그리 고단해보이던지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고 싶어했다. 그래서 늘 어머니의 껍질을 깨고 나오고 싶었고  무던히 발버둥을 친 것도 같다.

하지만 어머니만큼 다 살아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내 현실이 되는 시점에 서 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도 아는 시절을 산다. 제일 중요하게 어머니가 잘하신 것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오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어머니의 모습을 계속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계시다는 것이다.     
언젠가 결혼한 우리집에 오신 어머니와 살아오신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 속상하면서도 어찌 이혼을 생각 안하셨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는 세살 난 내 딸아이를 가리키면서 말하셨었다.

“너라면  이 아이를 두고 갈 수 있겠냐?”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다시는 어머니에게 그와 같은 어리석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나는 마흔 다섯에도 어머니가 그립고 꼭 필요하다. 하물며  아직 어린 우리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존재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나는 내 어머니의 몸이기도 하고 내 자식과 남편의 몸이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아기들의 몸이기도 한 것을 절절히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끔 주체적인 인생을 생각하면서 “내 생명의 주인은 나만이다”라는 착각속에 다소 낭비하는 시간과 함부로된 태도속에 살기도 한다. 정말 내 생명의 주인은 나로서 잘 보살필 수 있어야 하지만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아픔을 내 주위에 만들어내니까 그렇다.
진정 나라는 사람은 오랜 세월 이어져오는 생명의 한 마디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땅과 하늘을 잠시 빌려살듯이 우리의 몸도 내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세상의 어떤 사람도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보살피며 그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나누며 살 수 있다면 그 자체 훌륭한 삶이 아닐까 한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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