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높은 산 하나 갖게 하소서
힘들 때 마다 산엘 오르고
그 산에 울음가진 새 한마리 키우며
늘 말없이 제자리 지키고 있는 산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흐르는 강하나 갖게 하소서
지칠 때마다 강에서 발을 씻고
그 강에서 마음을 식히며
늘 낮은 데로 흐르는 강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뿌리깊은 나무 하나 갖게 하소서
생각이 날 때 마다 나무는 잎을 피우고
그 나무는 푸른 그늘을 만들며
늘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나무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빛나는 별하나 갖게 하소서
눈물이 흐를 때마다 별에게서 길을 찾고
그 별에게서 나를 찾아
늘 은하의 먼 길을 지나는 눈부신 별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어두운 무덤하나 갖게 하소서
열이 오를 때마다 무덤에다 마음을 깊이 묻고
그 무덤에다 이름 석자까지 묻어
늘 내가 죽어진 행복한 공동무덤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투명한 술잔하나 갖게 하소서
더 살고 싶어질 때마다 술잔으로 부딪치고
그 술잔으로 가슴을 나누며
늘 사람에 취하여 넘치는 사랑의 술잔이게 하소서

시인 김 병 중
한국시협, 국제펜클럽 회원
열린문학회 자문위원
월간 순수문학 편집위원
중앙대대학원 예술학 석사
시집<고인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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