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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과 우거지여성칼럼
아침부터 어머니의 청국장 끓이는 냄새가 내 방에까지 났다.
그런 청국장 냄새는 오래 전 어릴 적 기억의 향수로 나를 이끌어 낸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맛도 모르고 그냥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니까 먹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아침상에서 먹었던 청국장 냄새가 내 몸에 배인 것 같아서 흠 흠 냄새를 맡으며 사춘기적인 깔끔을 떨었다.
그리고 도회지로 나오면서 몇 년간, 청국장은 있으면 먹고 없어도 그만인 듯한 그런 음식 중의 하나였다.
그러면서 너무도 바쁘게 시간이 갔다.
결혼을 하면서 나의 청국장은 까맣게 잊혀져 갔다.
시집 식구들은 아무도 청국장을 왜 먹는지, 그 맛을 모르는 이들이었다.
한 번도 청국장을 띄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10년 이상을 친정이 아니면 청국장 냄새를 맡지 못했다.
김장우거지를 한 냄비 부글부글 끓여 그 골깍지 냄새나는 음식을 맛있게 잡숫는 시어머니는 청국장 냄새가 고약한 것으로만 알고 계셨다.
그렇게 나의 청국장에 익힌 미각과 문화는 시집에서 소외되었다.
그뿐인가, 동태찌개를 끓일 때도 김치를 숭숭 썰어넣고 끓이는 맛이 시집의 맛이었다면, 우리 고향 이천에서는 무를 썰어넣고 달달 볶다가 동태를 집어넣고 끓이는 맛이 가을 추수를 하는 일꾼들의 속을 달래주는 얼큰한 맛이었다.
한 번은 그렇게 동태찌개를 끓여 내놓은 내 솜씨를 보면서 “동태찌개를 이렇게 끓이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내가 전혀 이해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시절은 정말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던 것으로 도장 찍혀 있다.
한 쪽의 문화가 전혀 다른 쪽에서 소외되는 현상. 결혼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와 하나를 더해 합일점을 이루고 인생의 성숙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처럼 정의를 했던 내게, 12식구의 거대한 시집에서 나는 단지 한 사람으로 소외된 채 그 속으로 녹아들고 그 집의 귀신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그런 것으로 이해되었다.
나의 생활문화와 결혼을 통해 만난 생활상의 차이는 나에게 작든 크든 그렇게 일방적인 입장의 수용을 보이지 않게 강요하는 세월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냄새는 나지만 발효된 맛의 청국장을 먹이고 싶었고, 남편이 집에 없으면 숨겨놓은 음식을 먹듯이 청국장을 끓여놓고 아이들과 몰래 먹었다.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청국장의 맛을 익힌 아이들은 이제 그 맛을 어른이 되어서또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 16년차인 이제, 나는 아침상에 당당하게 청국장을 올린다.
청국장 냄새만 나면 인상을 찌푸리던 남편도 그 맛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 결혼생활이 아주 원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시어머니의 그 우거지 찌개의 맛도 어느 사이 나의 그리운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일방적인 의견에 의해 한 쪽이 완패하거나 완승을 거두기보다는 견해차이일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서 결국 사람관계도 설익은 맛보다는 발효가 되고 곰삭은 것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일전에 한 여성과 상담을 하면서 시집의 생활문화와 친정에서 자란 자신의 생활상의 차이가 너무도 달라 힘들어하는 모습 속에서 이혼을 절실하게 생각하는 아픔을 보았다.
그이도 예전의 나와 같이 심한 우울증 증세도 경험하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세월을 살고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혼만이 정답이 아닌 세월과 더불어 상호간의 자기 노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았다.
지혜로운 그 여성이 함께 세월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청국장과 우거지의 고유한 맛을 함게 공감할 수 있는 날의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유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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