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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마키아벨리즘과 참교육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이 사회에 횡행하고 있다.

어른들의 수법을 뺨치는 이번 수능시험의 부정행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행위는 국가가 관리하는 엄정해야 될 시험을 불공정 게임으로 추락시켰다. 예고된 부정행위를 예방못한 당국의 책임은 너무 크다. 공정한 노력을 한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가슴에 분노와 불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죄의식을 가장 크게 느껴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 ‘나만 걸린 게 재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니 이것은 사회적으로는 도덕불감증이요, 정신병리적으로는 병식이 결여된 중증 상태이다. 시험장에서 커닝 행위가 1-2년 사이 형성된 것이 아니고 평소 모든 시험에서 커닝이 다반사로 일어난 해묵은 관습임을 말해준다.

이러한 부정행위의 배경에는 나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는 상대를 짓밟을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즘적 도덕관이 사회적에서 대물림으로 학습되고 있다. 커닝의 배경에는 부모의 지나친 성적 집착도 한 몫 한다. 내 자식이 일등을 해야만 하고 일류학교를 가야만 하는 허욕은 교육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치유되지 않는 고질병이다.

부귀에 대한 갈망은 티 없이 크고 구김 없이 자라줘야 될 나무에게 무수한 가위질을 하여 청소년들을 멍들게 한다. 커닝의 배경에는 폭력이 또한 숨어 있다. 힘에 눌려 답안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는 억울한 피해자는 부정의 공범자가 되고 만다.

피해당하는 학생은 성격적으로 내성적이고 자기주장을 못하며 자신감 없고 힘에서도 대체로 약자이다. 약자를 놀리고 괴롭히며 힘의 우월을 즐기는가학증은 가정과 학교, 사회의 폭력 일반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힘의 논리는 집단 따돌림(왕따)이나 집단 폭력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한 학교의 무관심과 무책임도 학교 폭력과 부정행위를 거드는 데 한 몫 한다.

좋은 점수를 얻고 싶고 좋은 대학에 가서 출세하고 싶은 마음은 보편적 욕망이다. 돈과 권력 지향성은 우리의 뿌리깊은 잠재적 성향이다. 그러나 욕망이 득세하면 공정한 경쟁 대신 불법을 용인하고 나아가서 불법을 주도하기에 이른다. 그 욕망을 다스리고 제어하는 훈련이 교육의 진정한 의미인데도 오늘날 입시위주의 교육 현장은 시험 잘 보는 학생들을 높이 평가하여 이기적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사회에서 보여주는 어른들의 모습은 더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투고 물어뜯는 정치권. 이를 보도하는 언론과 방송의 선정주의. 성공을 위한 은밀한 접대와 향응. 뇌물을 주고받기 위해 이용되는 라면과 굴비 상자며, 007가방과 골프백, 어른들이 하는 행태는 산교육으로 청소년들에게 생생하게 입력된다.

사회에서는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득세하고 대접받고,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자들은 오히려 왕따 당하거나 천대받는다.성공과 출세의 이면에도사린 욕망과 폭력이 그리는 고차 방정식은 풀기 어려운 문제라기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숙제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으려 하는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해답의 관건이다. 그것은 참교육을 통한 끊임없는 자기성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가정과 사회, 교육 현장에서 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성실과 정직, 봉사 점수가 시험 성적보다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 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시험 잘 치루는 기계로서는 일류 학교를 나와도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하리라 보기 어렵다. 오만한 엘리트 의식만 강화시켜 군림하려 들고 대접받으려 하는 특권층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사법당국도 벌금이나 구금형보다 봉사명령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다른 사람들 딱한 처지를 몸으로 체험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정당한 노력 없이 요령 피워서 나만 잘 살려 할 때 반듯이 남들의 눈물과 고통이 있게 되어 사회가 평화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된다. 아무리 선한 목적이라도 과정이 선하지 못하면 악이다. 법과 규정은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한다.

예외가 많은 법적용은 원칙과 기강이 무너진다. 이번 사건은 시험 감독관들의 느슨한 감독이 공범이다. 감독 교사들이 휴대폰 소지 자체를 부정행위로 간주하여 즉각 퇴실 조치했다면 수많은 학생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시험 부정행위 사건은 일부 지역 일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만연한 부정과 불의에 대한 너그러움(?)이 갓 사회에 입문할 학생들을 전과자로 내몰고 만 비극이다. 뼈아픈 참회와 반성으로 정신건강과 심성교육을 중시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최훈동  muha8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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