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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온 상황은 나를 변화시킬 스승이다

엊그제 만난 한 사업가는 보기에도 알 수 있을 만큼 살이 쑤욱 내려있었다. 왜그리 날씬해졌는가 물으니 소위 세무조사덕분이란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데 왜 하필 나였을까’ 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이의 이야기 속에는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과 고단함이 배어있었다. 웃고 있지만 살이 슬슬 내릴정도의 고통이 그를 통과한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누구에게나 어느 조직에게나 광야가 한 번쯤은 있다.

먼저와 나중은 있을 수 있겠지만 죽도록 미운 사람도 있고 한 맺히는 사건도 있게 마련이다. 또 빨리 죽어 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상황아래 발가벗은 채로 무력하게 서 있을 때 차분하게 이성적이기란 어렵다. 같은 얼굴의 본인인 것 같지만 어려운 삶 속에서는 아주 다른 에너지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도무지 자신이 보아도 그렇게 작아보이고 형편없는 모습을 할 경우도 있다. 되돌아보면 어려움이 덮칠 때는 왜 그리 생각도 짧고 행동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돌아보면 분명히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준 사건이나 사람임을 인정하게 되지 않던가? 살 수록 점점 좋아지기 보다는 사람으로 겪어야할 일들을 비켜가지 못하고 다 경험하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 아닐까한다.

어떤 이는 ‘사람으로 태어나면 다 겪어봐야 죽는거야 아무나 죽나?’라는 말을 했다. 가끔은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기가 막힌 일들을 겪면서 “왜 하필 나일까”하는 야속한 생각이 들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만난 사람마다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을 일이다. 나에게도 물론 광야를 지나는 숨가쁘고 어려운 경험이 있었다.

20대에 아이를 낳을 때는 그 때까지 겪은 일중에 그 산고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인줄 알았다. 30대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는 울타리가 없어진 광야에 홀로 팽개쳐진 것 같은 고아의 심정을 안고 몸부림치며 울었다. 40대에 남편이 큰 고통을 겪을 때는 하늘이 노래졌고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그것으로 바닥을 다 치고 끝인줄 알았는데 더 바닥을 치는 사건은 또 있었다. 나 자신이 쓰러진 것이었다. 남들이 다 무서워하는 암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후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죽는 일 아니면 괜찮어”이다. 그렇게 바닥을 치고나서 나와 남편 아이들의 삶은 전혀 새로운 것이 되었다.

가족 네 사람이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 지상 최대의 즐거움이 되었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 애쓰게 되고 즐기게 되었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게 되었다. 별과 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눈에 거슬린다고 하여 거미줄 하나도 함부로 걷어치우지 않는 삶이 되었다.

느낌을 소중히 나누는 가운데 우리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즐기게 되었다. 정말로 큰 어려움이라고 느꼈던 일들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없었다면 극복해낼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나 자신 결혼을 정말 잘했다고 느낀 것은 어려울 때 더 그랬다.

물론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익숙해지고 금방 받아낸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한번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나 가족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바라볼 수 있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힘도 얻는다. 그래서 모두 잃는 법이란 없는 것이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절망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나의 진실한 꿈이며 바램은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의 결혼식장에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에게 닥쳐오는 상황은 우리들의 스승이다. 물론 그 순간 이를 득득 갈면서 원망하고 분노를 쏟아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이를 통해 우리는 변화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다가온 상황은 기회이며 받아들여야만하는 선생님이다.

왜냐하면 반드시 자신을 성숙시킬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힘들지만 우리들이 하루 하루 태양아래 살면서 진정으로 할 일은 지금, 여기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또 어떤 상황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나를 성숙시키려 다가오는 기회는 결코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흉측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회는 지금이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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