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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맛과 전자레인지

   
얼마 전 가족과 함께 강화도에 고구마를 캐러 갔다. 땅 속 깊이에 박힌 고구마를 캐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고구마가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살 돌려가며 고구마를 캤다. 그날 저녁에 고구마 파티를 열었다. 속이 노랗고 단맛이 한껏 배여 있는 호박고구마에 김치를 얹어 먹었는데, 가을 맛이 느껴졌다.

다음 날, 아이들끼리 고구마를 구워 먹었는데, 어제 그 맛이 아니었나 보다. 아이들은 전자레인지로 고구마를 익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엄마가 구운 고구마보다 맛이 없는지 물었다. 그 까닭은 음식을 익힐 때 사용한 조리 기구의 차이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의 엄마가 고구마를 익힐 때 사용한 것은 가스 오븐이고, 아이들이 고구마를 익힐 때 사용한 전자레인지였기 때문이다. 즉, 가스 오븐과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익히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윙’하고 소리만 들릴 뿐인데,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맛있게 익혀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레인지는 어떤 원리로 음식을 데우고, 익히는 것일까?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음식물을 익힌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는 2,450 MHz(1초에 2억 4천 5백만 번 진동한다.)의 높은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로, 특수하게 설계된 진공관(마그네트론)에서 발생한다. 마이크로파는 유리, 종이, 공기 등은 그대로 지나가지만, 물을 포함한 식품에는 잘 흡수되는 성질을 가진다.

대부분 음식물에는 물을 포함하고 있다.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수소 원자 쪽은 (+) 전하를, 산소 원자 쪽은 (-) 전하를 띠고 있어 극성을 띠게 된다. 물 분자는 극성을 가지고 있어 분자의 한쪽이 성질이 다른 분자의 한쪽과 결합하게 된다.

이때 마이크로파가 결합된 분자에 쏘여지면 결합된 분자들은 회전하려고 하고, 다른 분자들은 방향이 다르게 회전하려 하기 때문에 각각의 회전 운동이 방해를 받게 되어 결합이 끊어지게 된다. 그러나 잠시 후, 물 분자들은 다시 결합하게 되는데, 이 때 에너지를 내놓게 되고, 이 에너지가 음식물을 익히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파의 진동수는 물 분자의 진동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공명이 잘 일어나는데, 물을 많이 포함할수록 열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은박지로 싸거나 금속 그릇 속의 음식물은 데울 수가 없다. 이것은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가 금속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은박지나 금속 그릇 안에 음식물을 넣고 전자레인지로 익히려고 한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전자레인지 내부에서 생성되는 마이크로파가 금속 내부나 표면에서 계속적인 반사로 에너지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가 일시에 분출되면 그 때는 전자레인지가 폭발할 수도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그 옛날 아궁이의 숯 안에 고구마를 넣고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던 추억이 떠오른다. 절대로 전자레인지로 흉내 낼 수 없는 그 맛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손영운  shon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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