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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하늘 이야기
   
 
   
 

김포 들녘이 듬성듬성 비어가는 것을 보니 가을이 깊어가는가 보다. 김포의 밤하늘에서는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별자리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공주의 슬픈 전설이 담겨있는 안드로메다자리, 그 밑으로 사각형의 페가수스자리, 그 왼쪽 아래로 고래자리가 보인다.

딸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면서 물었다. 지혜, 지윤아! 밤 하늘의 별은 모두 몇 개나 될까? 큰 딸 아이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생각해서 답하려고 고민하고 있는데, 작은 딸 아이는 선뜻 ‘아빠! 모두 840개예요’라고 답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동쪽 하늘에 빽빽(백 개 + 백 개 = 이백 개)하게 있으니 이백 개, 서쪽, 남쪽, 북쪽도 모두 이백 개씩이니까 모두 800개지요? 그리고, 가운데 하늘에는 스멀스멀하게 있으니 모두 40개 지요? 그러니가 모두 840개 지요라고 답한다.

작은 딸 아이의 영특한 답을 듣고, 가족 모두가 까르르 웃었다. 물론 현대 과학에서 계산하는 답과는 차이가 아주 많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우주에는 은하가 약 2천 억개, 각 은하에 분포하는 별이 약 2천 억개라고 추산한다. 그러니 우주에 있는 별은 2천 억 × 2천 억 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우주의 질량을 근거로 계산한 결과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육안으로 관측되는 별은 천 개 내외니까 딸의 답도 영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는데도 밤 하늘은 왜 저렇게 어둡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아주 작은 수의 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별들이 맨눈으로는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기 때문이다. 별이 떠 있는 우주 공간이 그만큼 넓고 커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별들이 모두 태양 이상의 밝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이들 별들로만 우주를 밝히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그리고, 또 별빛을 어둡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이다. 대기는 가만히 있지 않고, 수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별빛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별빛이 굴절되면서 우리 눈에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하는 변화가 생기고 이것이 별빛이 반짝이는 효과를 갖게 한다.

옛날, 김포 들녘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저 별빛의 반짝임을 보고 다음 날의 날씨를 예상했을 것이다. 별이 반짝이는 횟수가 많은 것은 높은 하늘에 있는 대기의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내일 날씨는 흐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더 심해지면 비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혜로운 노인들은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보다 정확한 일기 예보를 자손들에게 알려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저 반짝이는 별빛은 지구로부터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오는 것일까 ?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알파케타우르스인데, 이 별은 약 4.4광년 떨어져 있다. 4.4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4.4년을 달려야 하는 거리로 무려 42조 km의 거리이다. 우리는 4.4년 전의 빛을 지금 보는 셈이다. 그러니, 우리가 오늘밤 보는 하늘의 별들은 먼 옛날의 별빛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선한 가을 밤에, 예쁜 아이들과 김포 들녘을 걸으며 하늘을 보고 별과 대화를 나누며 게임에서,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곤소곤 들려 주기를 권한다.

손영운  shon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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