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떤 사람과 긴 이야기를 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견해와 오해,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이제 그를 만나면 훨씬 편하고 친밀한 느낌이다.

사람에게 입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문'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 고맙다. 서로의 벽을 허물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은 인생을 역동적으로 사는 즐거움이다.
무슨 말을 해도 밉지 않고 내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이는 정말로 행복할 것이다.

함께 있으면 잔잔한 호수가 되거나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의 상대방과 함께 이 세상을 호흡한다는 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인생이다. 아무리 옳다고 해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다. 반대로 마음하나가 움직이면 세상일이 아주 쉬울 수도 있다.

내 진실과 올바름이 상대방을 움직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고 일을 하다가 막상 안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섭섭해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지치거나 상처받기도 했던 날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정당성만 가지고만 안 되는 것이 참으로 많은 것이 세상이다.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마음을 고르는 일이 우선이다. 뜸을 푹 들인 밥맛처럼 사전 정지작업이 잘 되고 나야 진정코 자신이 하려던 목표가 이루어진다. 상대방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한다.

아내의 이야기가 조목조목 말은 맞는데 결코 몸과 마음을 움직여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남편이 있는 가정, 부모의 이야기가 결코 틀리지 않으면서도 자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그것은 차라리 침묵이 나을 수도 있다. 반드시 무엇무엇해야한다고 강조하는 분위기는 없지만 마음에 감동이 없는 조직의 미래 또한 밝을 수 없다.

사람은 결코 상대방의 이야기가 옳다고 해서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성이 아닌 마음이 저절로 흘러서 그렇게 기꺼이 해주고 싶은 일이나 사람이 진짜다. 겉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영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또한 겉으로는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여도 기꺼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나 모임이 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부탁하는 것은 오리를 가자고 해도 십리를 가줄 만큼 알아서 해주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해주고 나서 기분이 매우 좋아지고 또 그렇게 자꾸 하고 싶어진다. 마치 어린아이가 착한 일을 하고 나서 한껏 기분 좋은 것처럼…

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타인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잘 살고 있는 인생이다.
또한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타인이 된다는 것도 성공한 삶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많은 부를 축척하고 앉아 있어도 고독한 섬에 유배된 듯이 아내와 혹은 남편, 자녀들에게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외롭고 가난한 사람이다.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내 말이라면 믿어주고 내가 아프다면 안아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는 작은 집에 살아도 창공을 넘어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다.

사람이 세상에 사는 동안 제일 얻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짧은 시간이나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녹아진 마음과 믿음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니까.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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