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지난연재 김석수의 김포일기(2004)
장관의 전문성
   
 
   
 

숱한 정치군인들이 장차관 자리를 독차지하던 군사정권시절. 서슬퍼런 독재정권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이 힘들었던 우리 언론은 에둘러 비판하는 기술을 터득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유행어가 바로 ‘행간’이란 말인데, 기사내용을 보지 말고 기자가 말하고 싶은 뜻을 헤아려 보라는 뜻이니 당시 언론은 온 국민을 상대로 고도의 추리력교육을 시킨 셈이다. 

요즘처럼 하고 싶은 말 막하는 세상에서 보자면 뭐 그리 구차하게 신문을 만들었나 싶지만 그래도 당시엔 뜻있는 기자들의 살아있는 ‘기자정신’이었으니 역사적 자료로 충분히 남을 만한 유행어가 아닌가 싶다.

비슷한 얘기 또 하나 .

당시 언론이 군인출신의 장차관들을 비판하면서 차용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낙하산’과 ‘전문성’이다. 언론이 정권의 우두머리인 박정희. 전두환 전대통령등을 직접 겨냥했다간 바로 폐간당하거나 최소한 정간을 당할 터이니 최고권력이 임명한 군인출신 장차관의 비전문성과 낙하산인사를 꼬집음으로써 나름대로 정권에 저항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장관의 전문성논란이 국정감사장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이 김근태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장관은 전문성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겠지만...’이란 접두어적 관용어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김장관을 ‘무식한 장관’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정의원의 그런 표현이 김장관을 상대로 한 10월 2일 뿐 아니라 10월 5일, 식품의약청장을 상대로 질의하는 도중에 또다시 나왔다는 데 있다. 이쯤 되니 정의원의 장관전문성 운운은 그저 한두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 아마도 김장관을 향한 어떤 작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짐작을 품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장관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장관이 전문성을 가지려면 의사나, 약사, 혹은 사회복지사정도의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그 분야의 대학교수쯤 되어야 한다는 것일까.

이 명제가 옳다면 정형근 의원의 지적 또한 올바른 지적일 것이나 문제는 이 명제가 지독한 배타적 전문가주의에 젖어 있는 인실일 수 있고, 이 전문가주의는 그간 배타적인 독점권력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소수 엘리뜨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의구심에 있다.

허나 무엇보다도 정형근 의원의 문제제기는 사실과 다르며 더구나 진실과도 거리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장관은 해당분야의 최고책임자이기에 그 분야에 대한 정책적 관점, 즉 철학적 관점이 전문성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람의 몸을 잘 고치는 명의나 약을 잘 쓰는 약사, 혹은 특정의 사회보호대상자를 잘 보호하는 복지사의 기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으로 표현되는 정책의 우선순위와 경중의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 배치할 것이냐 하는 정책전문성이 진정한 장관의 전문성인 것이다. 이러한 정책전문성은 의.약사나 복지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이며, 오히려 특정 직업군일 경우 다양한 직업군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필요는 없겠다. 

예를 들면 장관이 약사출신이라면 의사들은 괜시리 보건복지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것이 우리의 직능문화다. 반대로 의사출신이 장관이 되면 약사협회는 보건복지부를 사시로 처다본다. 이런 앙금들이 모이고 쌓여서 의사파업의 주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아닌가.

특정 직업군이 아닐 경우에 오히려 불편부당한,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특정 직업군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전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장관은 특정 직업군의 협소한 전문성이 아니라 이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정책전문성, 다른 말로 하면 조정하고 절충하는 정치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인 것이다. 그러기에 장차관을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흔히들 정치전문성을 눈에 띠게 ‘이것이다’ 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이기에 이 정치전문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올바른 리더쉽을 교육시키고 생산해내는데 암적인 문화요 풍조일 수밖에 없다.

의사나 약사같은 특정분야의 전문가는 4~5년 공부하면 양성되지만 이해당사자간의 이익을 절충하고 조정하며, 여기에 국가의 미래지향성을 동시에 감안하여 판단해야 하는 정치전문성은 수십년을 연마해도 쌓기 어려운 전문성이다. 그래서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세월이 흘러 흘러 권위주의 군사정권에서 탈출해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는 세상사의 비극적 아이러니가 아닐까.

공안검사출신으로 민주화를 요구한 인사들을 고문했다는 의혹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정형근의원이, 자신의 분야도 아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고문의 피해자이며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사 중의 한 사람인 김근태 장관에게, 과거 언론이 군사정권의 장차관들을 비판하고자 차용했던 ‘전문성’이란 단어를 들어 비아냥대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으로 여겨야 할지, 전도된 세상사를 만끽하라는 잔인한 신의 장난질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장관의 전문성을 잘못 알고 있는 정의원의 인식도 문제지만 정치적 상대자를 ‘무식한 장관’으로 매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안심’이 유지되는 인격이라면 그를 선출한 국민의 자질도 썩 훌륭한 자질이라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정치인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수준을 생각해서라도 말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혹여 정의원이 국민을 상대로 교육시키고자 한 말은 아닐 터일 텐데, 왜 그가 그런 수준낮은 정치공세를 폈을까 하는 것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그냥 정정당당히 의정활동하면 될텐데.

   
안녕하세요. 김석수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기온차에 우리 몸이 아직 적응하지 못해 환절기에 많은 분들이  감기에 걸린다고 합니다. 건강들 하시기 바랍니다.
오랫만에 제가 연락드립니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그간 제 컴퓨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간의 글을 정리해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김석수의 세상보기]란 까페를 만들었기에 이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만들기는 며칠 되었는데 게을러 이제야 연락을 드립니다.
오시는 방법은 '다음커뮤니케이션' 까페방 검색창에서 '김석수의 세상보기'라고 검색하시면 됩니다. 도메인은 http//cafe.daum.net/sisakss 입니다. 가끔씩 들러 생각을 주고 받으면 보다 풍요로운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셔서 부족한 점도 지적해주시고 함께 생각들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풍성한 가을이 되길 빕니다.
아..참.. 9월분 통계청경기동향(11월에 발간예정)에 보니 내수경기가 풀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것으로 봅니다. 건강하십시요.

김석수  pwks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석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