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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대화하는 즐거움으로"6ㆍ7급 공무원 연찬회를 다녀와서

   
▲ 양촌면 총무계장 이진관
눈을 뜨니 아침 5시 30분. 아 큰일이다!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시청에 도착하니 6·7급 공무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김포시청 6·7급 공무원 연찬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연찬회 장소는 설악산. 긴 시간을 달려 오후 1시에 도착,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으려니 '내가 이 고생을 왜 해야 하나! 사무실에서 할 일이 태산 같은데…'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때까지는 연찬회가 다 그러려니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나의 나태한 생각도 잠시, 교육은 배가 꺼지기도 전에 시작됐다. 대부분 듣는 교육이려니 하고 민방위 훈련 정도로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오히려 우리가 말을 해야 하는 시간 이었다. 대화의 기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물론 교육이 시작될 때까지도 ‘늘 민원을 대하듯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물어보는 것은 법이며 규정을 따져 설명하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민원인과 나누는 내 대화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나 위주였는지 깨닫게 됐다.

나는 연찬회가 끝난 요즘도 가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혼자 말을 한다. 가령 아이가 “아빠, 나 수학 100졈하고 말하면 신경질적으로 "영어는?"하고 되묻던 그런 표현 말고, 아이가 시험지를 흔들며 "아빠, 나 수학 100점"하던 그 말투 그대로 "수학 100점?"하고 말투와 표정을 따라하는 것이다. 가끔 아이가 하는 손짓이나 동작까지 따라하면서 혼자서 키득대고 웃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아내를 생각하며 "여보, 나 용돈 좀…"하며 애교를 부리는 연습도 한다. 물론 여전히 아내 앞에서 애교를 부리지는 못하지만…

그렇다. 우리는 모두 ‘민원인에게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것은 내 마음 뿐이요, 민원인의 감정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시청 뿐만은 아니지만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불친절 민원'이나 신경질적인 말투로 전화를 끊던 일들을 떠올려 본다.

결국 민원인을 대하던 상투적 어투가 가정에서도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나는 말로만 가정 파수꾼이었던 것이다. 또한 가정에서의 상냥한 말투가 생활화되어야 민원인에게도 진정으로 친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찬회에서 도자기를 빚던 순간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자기가 마음속으로 그리는 모양의 일부분이라도 비슷할 것이요, '내 일도 아닌데' 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단지 진흙만을 망쳐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땀 흘리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역할과 자세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자리가 됐을 것이다.

이튼날 울산바위를 오른 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며 나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움으로 임할 것이냐 아니면 구지 하지 않아도 될 일쯤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발걸음의 무게는 크게 달랐던 것이다. 중턱을 넘어설 즈음 무거워지는 발걸음의 무게는 내 마음에 있었던 것이다. 고진감래라고 했듯이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기쁨과 희열의 세상이다.

2박3일, 오며가며 하루를 보내고 정작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의 느낌은 너무도 달랐다. 나는 오늘도 화장실에서 아이와 하는 표정 섞인 대화를 연습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민원인들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면 김포시청을 바라보는 민원인들의 표정도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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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관씨는 양촌면사무소 총무계장으로, 지난 주 열린 공무원 연찬회 참석 후 감상문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진관  truenois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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