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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표, 보안법 덫에서 빠져나오나?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국가보안법 사안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이회창 전총재의 전철을 연상시키는 악재다. 반인권법인 국가보안법폐지라는 당연한 노대통령의 언급에 발끈하면서부터 사실은 스스로 국보법 덫에 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국민의 70%이상이 국보법폐지를 반대한다는 단순 여론조사결과에 고무되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초강경투쟁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 박대표가 20일, 정부참칭조항을 제외할 수 있으며 국가보안법이란 명칭폐기도 검토할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환영으로 반색했고 언론은 경색조짐이 풀릴 것이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대표가 왜 갑자기 회군을 결정했을까.

 박대표는 적진을 향해 돌진하면서 주변 지원군의 발걸음에 힘이 없다는 것을 보았다. 한나라당과 보수우익진영의 지원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보안법폐지를 반대한다는 70%이상의 국민이 과연 박대표가 모든 걸 걸고 투쟁하는 마지막 무대까지 함께 지켜봐주고, 함께 같은 편에 서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의 TV토론결과 국가보안법의 허구성이 점차 알려졌다. 반국가활동에 대해 형법의 간첩죄와 내란죄, 외환죄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군사정권을 지키는 법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알려지면서 마침내 한나라당 내부의 양식있는 인사들마저 최소한 ‘전향적 개정’으로 가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것은 당연히 한나라당 내외의 냉전주의자들이다. 보수적 개혁기치로 당권을 장악한 박대표, 그녀에 의해 구태정치세력으로 각인된 당내 수구중진들이 권토중래의 기회를 엿보던 중, 국가보안법이란 괴물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 한마디에 총궐기하며 박대표를 또다시 수구냉전진영으로 몰아갈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박대표의 회군으로 이회창 전 총재를 수구상품으로 만든 그 세력들이 자신들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또다시 박대표를 수구본산으로 만들려던 계획이 일거에 수포로 돌아갔다. 

여당과 상생의 정치, 대안정치를 하겠으며, 한나라당의 차떼기 전력등을 참회하고, 천막당사시절을 잊지 않겠다며 긁어 모은 ‘건전보수표’를 질시할 수밖에 없었던 한나라당 내외의 수구적 냉전주의자들은 마지막 밑천인 사상전에서조차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믿어보고자 했던 박대표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대표는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가끔 시대흐름과 정신을 놓쳐 망하는 정치인도 부지기수지만 자신의 시대를 다 울궈먹은 노정객들과 달리 박근혜대표는 나름대로 한국보수진영의 떠오르는 태양이다.

이 태양이 수명을 다해가는 수구냉전주의자들과 정치생명을 함께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봐도 우스운 일인 것이다. 손해를 손해로 인식하는 상식을 박대표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뒤늦게나마 박대표가 이런 복선을 깨달은 것은 그나마 국가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온 세계가 악법이라고 지탄하는 법을 부여잡고 철지난 반공소동으로 세계시민사회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뻔한 한국 제1야당의 대표가 그나마 이 정도에서 브레이크를 잡은 것은 소모적인 정쟁에서 국민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 정치행태요,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연장시켰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정략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박근혜대표가 본인의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건전보수세력의 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한나라당 안팎의 수구냉전주의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극히 소수에 불과한 극단적 극우세력과 단체들을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털어 버려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양심을 가진 상당수 국민이 박대표를 성원할 여지가 비로소 생기는 것이다.

과거세력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세력을 취할 때, 거기에 박대표는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뿐’이란 한계에서 벗어나 비로소 본인의 정치력이란 자산을 가지게 될 것이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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