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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과 우리나라
   
 
   
 

1942년 12월 2일 수요일 오전 3시 20분,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는 ‘콤프턴’과 ‘코난트’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

콤프턴 - “ 이탈리아의 항해사가 신세계에 상륙했습니다. ”
코난트 - “ 원주민들의 반응은 어떠 했나요?”
콤프턴 - “ 아주 우호적이었습니다. ”

이 전화 대화는 시카고 대학교의 스쿼시 코트에서 인류 최초로 행해졌던 원자로 실험의 성공을 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콤프턴’은 페르미, 월터 친, 허버트 앤더슨과 함께 원자로 실험을 이끈 과학자이고, ‘코난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던 맨해튼 프로젝트(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의 책임자였다.

대화 속에서 ‘이탈리아 항해사’는 이 실험의 리더였던 이탈리아 출신의 원자핵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를 의미하고, ‘신세계’는 ‘원자로 개발’을 상징하고, ‘원주민’은 주위의 관련 과학자들을 뜻한다. 한 대학교의 운동 시설 구석에서 이루어졌던 이 일로 인류는 그 날 이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

그 날로부터 약 2년 6개월이 지난 1945년 7월 16일 새벽, 미국의 남부 뉴멕시코 지역에서는 용솟음치는 불덩어리와 버섯 모양의 원자 구름이 관찰되었다. 당시 그 광경을 본 어떤 과학자는 “ 그 폭발이 대기를 불살라 지구의 종말을 가져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라고 기록했다.

다시 20일 지난 1945년 8월  6일, 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하여 항복을 준비하고 있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카사키 두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수십 만의 사람들(갓 태어난 아기, 골목에서 뛰어놀던 개구쟁이, 빨래하던 아줌마, 손자를 돌보던 할머니 등을 포함해서)은 영문도 모른채 불에 타죽었다.

다시 4년이 지난 후, 소련도 원자 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미․소 양대국은 전 인류에게 늘 핵전쟁이라는 공멸의 시나리오를 읽어주었다.

그로부터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그들이 했던 일을 하지나 않을까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했던 핵 관련 실험은 어떤 것일까 ? 과연 우리나라는 핵무기를 만들 능력과 뜻이 있는 것일까 ? 우리나라가 했던 핵 관련 실험을 확인해보면 그 능력과 뜻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핵 관련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농축 우라늄’ 이었다. 폭탄의 원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235는 천연 우라늄 광석 속에 약 0.7%가 함유되어 있으며, 나머지 99.3%는 비분열성인 우라늄 238로 되어 있다. 우라늄 238과 우라늄 235를 분리해 내고, 순도 90% 이상으로 농축한 것이 원자 폭탄의 재료가 된다. 따라서, 농축 우라늄이란, 천연 우라늄 광석 속에서 우라늄 235를 따로 빼내어 순도를 높인 것을 말한다.

농축의 정도에 따라 사용되는 곳이 다른데,  2~4%로 농축한 것을 저농축 우라늄이라고 하며 원자력 발전소의 원료로 사용된다. 반면에 90% 이상으로 농축한 것을 고농축 우라늄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원자 폭탄의 원료로 이용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된 농축 우라늄의 농축 정도는 10% 정도이다. 이것으로는 원자 폭탄을 만들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기술의 한계이다. 우리나라가 사용한 우라늄 농축 방법은 우라늄에 레이저를 쏘아 우라늄 235를 분리하는 기술인데, 많은 양의 우라늄 235를 추출해내기에는 제한이 많은 기술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핵무기 개발은 물론 어떠한 농축 또는 재처리 프로그램도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확산 금지 조약의 안전조치 협정들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기자 회견을 통해서 여러 번 강조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해외의 언론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핵 물질’이 가지는 의미는 보는 이들의 시각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고, 암을 치료하여 생명을 구하는 구원의 물질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지구에 ‘힘’이 필요없는 세상이 언제 올까? 그런 세상이 온다면  ‘핵’으로 상대를 겁주지도 않을 것이고, ‘핵’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하지도 않을텐데...

손영운  shonja@emp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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