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지난연재 김석수의 김포일기(2004)
국가보안법 유감

참 모를 일이다.

국보법폐지를 둘러싸고 김포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거리에 나선다고 한다. 특히 유정복국회의원이 이 행사의 고문을 맡고 한나라당 소속 시.도의원들이 대거 참여한다고 하니 큰 일이 난 듯하다.

그런데 모를 일은 국가보안법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반대하는지를 가늠하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이 사라진다고 해서 국가안보가 흔들린다면, 어느 극우인사의 저주처럼 노무현정권이 대한민국을 김정일위원장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면, 모든 국민이 분기탱천해 일어나 반대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경제규모가 수십배나 크고 세계최강의 한미연합전력이 존재하는 한국이 헐벗고 굶주리는 북한에 자진 투항한다는 것이 올바른 인식인가.

집회의 자유는 공화국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니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포시민들이 그 집회를 왜 하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 그 집회를 김포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망라되어 벌인다고 하니 그 영문이라도 정확히 알아야 할 권리정도는 있지 않을까.

문제는 시대정신이다. 국보법을 폐지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아니면 유지를 위한 집회와 야단법석을 떠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항간에는 김정일위원장을 만나 남북협력을 다짐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회합과 통신, 찬양.고무등 국보법의 핵심조항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시대정신에 맞는 주장인가. 물론 아니다

그러면 반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반국가단체의 수괴를 만나는 것은 괜찮고, 햇볕정책을 편 김대중 전대통령같은 이가 김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불순한 것인가. 이 역시 말도 안되는 법논리다. 바로 이런 말도 안되는 법논리, 20세기 냉전의 유적지에서 한발자욱도 전진하지 못하게 하는 국가보안법유지논리가 버젓이 21세기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닌가.  

광화문네거리에서 인공기를 흔들고 북한을 찬양하는 수백명의 한총련 학생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설사 그런다 해도 형법상의 내란예비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왜 국보법폐지반대론자들은 더 엄한 처벌조항이 있는 형법으로는 안된다고 할까. 혹여 국보법으로 수십년간 정권을 지탱하다보니 형법조항을 까맣게 잊어 먹은 것은 아닐까.

정작 중요한 것은 대화와 토론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친 진중한 판단이다. 유정복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인사들이 김포시민을 주인으로 받든다면 중앙당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아니라 김포에서 먼저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토론회을 개최하거나 참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왜 김포시민들은 중앙당의 지침에 따라 동원되는 방식의 집회뉴스를 접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해야 하는 것일까.  공화국 시민에게는 그런 자유밖에 주어지지 못했는가.

풍무동의 어느 시민이 유정복의원에게 질의를 통해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했던데 이런 과정이 먼저 전제되어야 성숙한 시민사회, 민주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국보법이 폐지로 안보가 구멍뚫릴 것이란 보수인사들의 경직된 안보관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다.  오히려 그렇게 걱정하는 경제를 위해서라도 노사대화합을 위한 집회라도 갖고, 투자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생산적 이벤트를 한나라당과 보수인사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인가. 혹여 시대를 거슬러 가야, 거기에 보수진영결집이란 당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김포에서의 국보법 폐지반대 집회소식을 접하면서  오늘은 자꾸만 헛질문만 나온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석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