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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과 심장약
   
 
   
 

9·11 테러 3주년을 며칠 앞 둔 지금, 우리의 세계는 참담하다. 미국이 1,65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수행한 전쟁에서 1천 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만 명이 넘었다. 또 다른 전쟁 당사국인 이라크의 피해는 이제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그들의 전쟁은 러시아 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종교 분쟁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 그 앞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늘 ‘폭탄’이 있었다. 폭탄은 무역센타 빌딩을 파괴했고, 그 전과 후의 모든 전쟁과 테러의 중심이 되었다. 폭탄이 만들어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평화스러운 세계가 되지 않았을까?

폭탄의 원료가 되는 것은 ‘니크로글리세린’이라는 화학 물질이다. 1847년 이탈리아의 화학자 소브레로가 처음으로 합성에 성공하였다. 그는 짙은 질산과 황산의 혼합액을 차게 식힌 후 글리세린을 첨가했다. 올리브 기름과 같은 물질이 만들어졌다. 소브레로는 이 기름의 맛을 보았는데, 온 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두통이 심해졌다.

같은 해 여름, 소브레로는 자신이 합성한 물질에 대한 논문을 프랑스의 과학 잡지에 실었다. 화학 물질에 관련된 논문이었는데, 이 논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미국 출신의 의학자 콘스탄틴 헤링이었다. 헤링은 그 물질을 물에 희석시킨 후 약간의 설탕을 섞고 혀 밑에 넣어 의약품으로서의 효능을 실험해 보았다. 그는 그 물질이 심부전증(심장이 매우 약해져서 충분한 혈액량을 내보내지 못하게 되어 나타나는 심장 질환)이라는 심장병에 효과가 있음을 깨달았다.

1879년 영국의 의사 윌리엄 뮤렐은 협심증(심장이나 가슴 뒤쪽에 근육 부위에서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통증) 환자에게 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하여 치료약으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심근의 근육층을 통하는 굵은 동맥을 확장시켜 피가 모자라는 부분의 혈액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심장 질환의 치료약보다는 폭탄의 재료로 개발하는데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다. 의약품보다는 폭탄으로 더 높은 상품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임마누엘 노벨이었다. 그는 니트로글리세린이 폭탄으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고, 그의 아들 알프레드 노벨은 이를 다이너마이트로 개발하여 떼돈을 벌었다. 물론, 광산에서 굴을 팔 때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했으나 수많은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대량 살상의 무기로 사용되었다. 노벨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기가 번 돈으로 노벨상을 설립했다.

다이나마이트 이후, 폭탄의 역사는 계속 발전했다. 이제 누구도 니트로글리세린을 심장 질환에 유용한 치료약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오로지 다이너마이트와 폭탄의 원료로 기억할 뿐이다. 니트로글리세린이 심장약으로만 쓰이고 개발될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지금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전쟁 때문에 죄없이 죽어가는 어린 영혼들의 넋을 기리며…

손영운  shonja@emp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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