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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하나 빠진 듯 살라

내가 아는 여성중 한  사람은 아주 완벽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반듯함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깍듯한 예의,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겸손한 모습이라든지 여성인 내가 보아도 그렇게 대단해 보인다. 우리 집에 와서도 그이는 앉아서 차를 마시는 시간보다 설거지에 먼저 손을 댔다.

청결함과 완벽함을 꼽으라면 그이가 제일이다. 스스럼없이 대화를 할 때 나는 그이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으며 말한다.
“내가 잊고 살던 열등감을 유일하게 느끼게 하는 여성”이라고.

우리 집은 대충 먼지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대충이아니려고 해도 나는 치우는데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산다.
더구나 몸이 아파 버린 상태에서 밥 안 굶기고 빨래 안 밀리고 여기저기 머리카락 없이 현상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대견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남편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의 방을 청소할 때 나는 단지 바닥을 청소할 뿐 나머지는 그의 몫이다. 그이의 개성대로 자신이 가장 많이 있는 방을 치장하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한결같은 청결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내겐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때론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지는 가운데 자유를 한껏 느끼기도 한다. 
헌데 삶을 살면서 무슨 일이든지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일이 안 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과자를 하나 먹으면서도 집안이 더러워질까 손으로 받쳐들고 다니며 먹어야 한다면 좀 심한 것 아닐까?
내가 아는 남성은 너무나 꺌끔한 신사이다. 그의 집 역시 매우 잘 정돈되어 있다.
그 역시 서른 살이 넘은 아들이 들어와도 반드시 먼저 씻을 것을 습관처럼 말하는 바람에 아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가 배우고 자라는 것들 중에는 반드시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들이 참 많다. 물론 그렇게 배운 가치나 태도 생활 습관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일은 이 세상에 없다.

바꾸어 생각하면 거의 화낼 상황이 아닌데도 내 기준과 내 틀에 매여서 그렇게 난리를 치고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본인의 방식을 절대적으로 기준을 삼기 때문에 도달 목표가 어긋날 때 자신도 피곤하고 상대방도 억압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돌아볼 일이다.

며칠 전 남편이 제안을 했다.
마주보고 앉아 있다가 서로에게 반은 농담 삼아 절을 하자고 했다.
한 번 백 팔 배를 서로에게 하면 어떨까 하다가 웃으면서 시작을 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진지해지면서 남편에게 못해준 일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의 삶의 방식이 너무 맘에 안 들어 소리치던 내 모습이 떠올랐는데 그렇게 싫은 내 모습들이었다.

침묵 속에서 점점 땀을 뻘뻘 흘리며 절을 하는 동안 눈물도 함께 흘러내렸다.
얼마나 많은 아픔을 강요하고 살았는지, 얼마나 잘난척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해댔는지를 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포함해 아무에게도 상처를 줄 권리가 없음을 확인했다.  

완벽하고 싶을 뿐 정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사 하나쯤은 빠진 듯 살아야 행복하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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