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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박근혜 대표를 위한 도움말보수적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라
   
 
   
 

박근혜대표가 국가보안법 때문에 대표직을 걸었다. 그런데 대표직을 건 이유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니라 유지다. 노무현정권의 정체성시비와 친일진상규명법개정 논란에서 정쟁만 일삼는다는 비판여론 때문에 재미를 못보고 작전상 후퇴 할 수밖에 없었던 박 대표가 이번에는 아주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사실 박 대표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이전의 한나라당이 보여주지 못했던 일신된 자세를 보였다. 차떼기를 반성하며 천막당사시절을 잊지 않고, 시대를 거슬러가던 한나라당을 과감히 수술을 하겠다는 박 대표의 다짐은 건강한 보수국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았고,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덕분에 박 대표는 보수정치인들이 누리기 어려운  ‘박사모’라는 팬클럽까지 얻었고, 지금은 그 회원이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대통령선거 전 노사모와 맞먹는 영화(?)를 누려왔던 것이다.

박 대표가 이 같은 인기를 얻은 것은 단순히 박정희 신드롬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반대자들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너무 울궈먹는게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이는 좀 야비한 전술이다. 박 대표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한나라당의 수구적 한계에 근거하고 있다.

기존의 한나라당이 가졌던 ‘딴죽걸기’이미지와 수구적 이미지는 건강한 보수국민들마저 한나라당에 염증을 내게 만든 요인이다. 하지만 차떼기로 풍비박산난 한나라당에 등장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각종 이벤트를 연출했다. 그 결과 20~30대와 50~60대에 걸쳐있는 광범위한 보수국민들이 박 대표를 지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런 박 대표가 요즘 무리를 하고 있다.

정쟁을 지양하며 생산적인 정치활동을 다짐했던 박 대표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7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상생의 정캄라는 화두를 선점하면서 정쟁보다 정책에 무게를 두는 듯 하던 박 대표의 리더십이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발목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정권과 상생하겠다는 다짐이 영남에 기반을 둔, 이른바 수구 중진들로부터 저항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이재오ㆍ김문수로 상징되는 개혁중진들의 박정희 비판에 대해 박 대표가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당내개혁그룹과의 연대도 지난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반면 한나라당 밖의 극우세력들은 한나라당 극우세력들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에 당권 유지에 위기감을 느낀 박 대표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과 조사위원들의 출신을 문제 삼아 노무현정권의 정체성에 모든 것을 걸 태세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불필요한 정체성논쟁이란 여론의 비판 앞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된 박 대표의 무리수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반대를 거쳐 마침내 국가보안법 사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국가보안법사수에 있지 않아 보인다. 정작 심각한 것은 박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이회창 전 총재의 개혁성은 그가 한나라당원이 되기 전까지 하늘을 찌를 듯한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었다. 박 대표가 등장할 때와 비교한다면 박 대표는 ‘쨉’도 안 될 정도의 개혁성을 평가받았던 것이다.

그런 이 총재가 당권 유지를 위해 한나라당의 사실상의 주인이던 수구 민정계와 타협해갔고, 그만큼 자신은 한 걸음 한 걸음 수구진영으로 몸을 옮겨 갔다. 뭇 분석가들이 보기에 노무현의 개혁선점을 이회창 전총재가 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청와대에는 이회창씨가 앉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불행이도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이란 수구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타협을 통해 스스로 무너져 갔던 것이다.

문제는 이회창씨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은 개혁성을 가지고 당권획득에 성공한 박대표가 초심을 잃고 수구적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반대를 하는 정당이란 20세기적 정치학개론에서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수구 중진들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고, 본인이 그렇게 비판했던 딴죽걸기와 정쟁 속으로 스스로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보수세력의 대변자로서의 박대표가, 평양에도 다녀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남북의 평화공존에 대해 역할을 하겠다는 박대표가, 국가보안법 같은 낡은 괴물의 생존을 위해 대표직을 걸겠다는 우스꽝스런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점점 극소수가 되어가는 이 땅의 수구세력들을 위해 다수의 건강한 보수국민들을 버리겠다는 ‘멍수’에 다름 아니다.

박 대표는 그녀 자신의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수적인 다수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보수세력의 명맥을 이을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과분한 대접을 받아왔다.

그런 박 대표가 한나라당이란 수구적 블랙홀에 빠져 정치적 가능성을 스스로 매장하는 것은 건강한 보수세력의 탄생을 염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 유지에 목숨을 걸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생존을 위한 각종 개혁에 사즉생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재집권 가능성을 번번이 놓쳐온 한나라당의 업보를 씻는 길이며 박 대표의 정치적 성공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 보수적 개혁기치를 높이 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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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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